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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배우의 수상…81년 백인 축제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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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매해 연초 할리우드 시상식은 역경을 딛고 최고로 인정받은 스타들의 무대다. ‘백인들의 잔치’란 비판 속에 수상자의 인종도 다양해졌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영화 ‘미나리’(2021)로 유명한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최초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같은 부문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었다. 아시아계 남녀 배우가 이 부문 주연상을 수상한 건 81년 골든글로브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백인 서사의 들러리가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거둔 값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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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에서 눈에 띄는 ‘최초’는 또 있다. 바로 원주민 배우 최초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릴리 글래드스톤(사진)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 백인들에게 가족이 연쇄살인 당한 미국 오세이지족을 연기했다. 영어·오세이지어 대사를 오가면서다. 현지 외신은 그가 원주민 여배우 최초로 수상하며 골든글로브 역사를 다시 썼다고 주목했다.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원주민 ‘블랙피트(Blackfeet)’ 언어로 “나를 키워준 아름다운 공동체 국가, 계속 배우 일을 하도록 격려해 준 사람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영어로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며 저만의 것이 아니다”고 수상 소감을 이었다.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6년간 흥행 영화 1600편 중 원주민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 건 단 한 편이었다. 단역인 경우에도 대사는 영어로 해야 했다.

그랬던 할리우드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더 많은 ‘최초’ 수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