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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18조 투입 임박, 북미 전기차 시장 뜨거운 한일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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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북미 전기차 시장을 두고 한국·일본 업체의 공장 증설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공장. [중앙포토]

북미 전기차 시장을 두고 한국·일본 업체의 공장 증설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공장. [중앙포토]

일본 혼다자동차가 캐나다에 최대 2조엔(약 18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에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가 캐나다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기존 공장의 인접 부지를 공장 신설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를 세워 전기차 생산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6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이 목표다. 전기차 전환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던 혼다는 2040년까지 자동차 생산의 10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미국 켄터키주 토요타 공장. [중앙포토]

미국 켄터키주 토요타 공장. [중앙포토]

혼다의 파격적인 투자는 미국·중국·한국 자동차 업체들보다 뒤처진 전기차 부문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획대로라면 혼다의 북미 전기차 생산 능력은 2028년께 연간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캐나다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양산차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혼다에 앞서 토요타는 2025년부터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2026년부터는 연간 생산량을 20만대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2026년까지 미국 내 생산 차종 중 전기차 비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전기차 모델도 매달 1만 대가량 생산할 예정이다. 토요타는 또 배터리 현지 공급 전략에 따라 미국 배터리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에 추가로 8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말 발표했다. 누적 투자액이 139억 달러(약 18조3300억원)에 이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시장 배팅에 나선 건 북미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북미는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미국·캐나다 정부의 적극적인 친환경차 확대 정책 영향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량의 50%를 전기자동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최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0%를 2030년까지 무공해 차량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경쟁사들이 전치가 생산기지 투자에 주춤하는 지금 투자를 확대해 북미 시장의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북미 친환경차 시장에 공들여 왔다. 기아차의 대형 전기 SUV EV9은 ‘2024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전기차 시장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차 사바나 전기차 전용 공장은 올해 하반기 준공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차 브랜드들이 따라잡기에 나선 만큼 현대차·기아와 경쟁은 불가피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상품성이 뛰어나긴 해도, 북미 시장에서 오랫동안 인지도를 쌓아 온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제대로 된 전기차를 출시한다면 잠재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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