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성모씨의 비위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탁모씨(오른쪽)가 코인 사업 동업자와 함께 찍은 사진. 탁씨는 코인 사기와 경찰 수사 무마 등을 위해 성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진 독자
‘사건 브로커’ 성모(63)씨에게 거액을 건네며 수사 무마를 청탁한 코인 사기범이 성씨의 비위를 검찰에 제보한 배경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코인 사기범은 한때 성씨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검·경의 수사 무마를 청탁한 인물이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고상영)은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탁모(45)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탁씨에게 코인과 관련한 회사인수 명목 등으로 투자를 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고소인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변호인의 반대 신문 과정에서 탁씨가 성씨 비위를 검찰에 제보한 경위가 언급됐다. 탁씨 측 변호인은 증인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인) 성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증인과의 합의를 종용하는 데 대해 탁씨가 불만을 품고 성씨 비위를 검찰에 제보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브로커 사건’의 폭로 배경이 탁씨 측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경찰 간부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성씨는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 독자
“피카소 작품, 이제 당신 것”
이에 증인은 “성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 지금 다투고 있는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이번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인다”며 “(성씨 관련) 질의는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앞서 탁씨는 2021~2022년 고수익과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피해자 13명으로부터 미술품 NFT(대체불가토큰) 연계 코인인 일명 아티코인 가상화폐 투자 명목 등으로 28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탁씨는 특히 아티코인을 피카소와 앤디 워홀 등 유명 작가의 그림과 관련된 코인으로 소개하면서 거래소 상장을 빌미로 투자를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경찰청 인사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 무마·인사 청탁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남경찰청에서 인사자료를 확보, 일부 소속 경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피해금 모두 변제’…탁씨 측, 혐의 부인
이날 재판에서는 탁씨가 “회사를 인수해 코인 트레이딩 전문 회사로 만들 예정”이라며 코인거래 관련 회사 인수 명목으로 22억원 상당 부동산 등을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탁씨 측은 ‘정상적인 거래’, ‘피해금 모두 변제’ 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성씨를 둘러싼 브로커 사건은 지난해 말 전직 치안감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불거졌다. ‘브로커’ 성씨는 수사 청탁을 대가로 탁씨에게 18억여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성씨와 관련된 수사 무마와 인사 청탁에 관여한 전·현직 검·경 관계자 6명 구속했고, 20여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