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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대려 '피카소' 들먹…'호화 변호인단' 꾸린 코인 사기범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건 브로커' 성모씨의 비위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탁모씨(오른쪽)가 코인 사업 동업자와 함께 찍은 사진. 탁씨는 코인 사기와 경찰 수사 무마 등을 위해 성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진 독자

'사건 브로커' 성모씨의 비위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탁모씨(오른쪽)가 코인 사업 동업자와 함께 찍은 사진. 탁씨는 코인 사기와 경찰 수사 무마 등을 위해 성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진 독자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그림과 관련된 실체가 좋은 코인이다. 국·내외 거래소에도 상장된다.”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한 코인 사기범 탁모(44)씨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낸 방식 중 하나다. 검찰은 8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린 탁씨의 첫 공판을 통해 공소내용을 밝혔다.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브로커’ 성씨 접대비 등으로 흘러간 정황도 확인됐다.

탁씨 첫 공판…28억대 코인 등 사기

지난달 23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경찰청 인사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 무마·인사 청탁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남경찰청에서 인사자료를 확보, 일부 소속 경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경찰청 인사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 무마·인사 청탁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남경찰청에서 인사자료를 확보, 일부 소속 경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고상영)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탁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탁씨는 2021~2022년 고수익과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피해자 13명으로부터 미술품 NFT(대체불가토큰) 연계 코인 일명 아티코인 가상화폐 투자 명목 등으로 28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탁씨는 아티코인을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그림과 관련된 코인으로 소개하면서 거래소 상장을 빌미로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검사는 “암호화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에 상장되긴 했으나, (탁씨가 약속한) 큐코인‧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 “매출 없거나 상장 안돼” 사기 고의성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경찰 간부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성씨는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 독자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경찰 간부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성씨는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 독자

탁씨 공소내용 중에는 코인거래 관련 회사 인수 명목으로 4억2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탁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코인 전문회사 대표로 소개하며 “한 달에 10억원에서 30억원 순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해 돈을 받았다.

검찰은 탁씨가 인수해 실질적인 대표를 맡고 있는 주식회사는 매출이 거의 없고, 탁씨가 코인 트레이딩으로 수십억원의 수익을 낸 경험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투자 사기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금 변제, 정상적 거래” 혐의 부인

'사건브로커'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30일 광주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브로커'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30일 광주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탁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2억3000만원 상당으로 피해금액이 가장 큰 아티코인과 관련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고 피해금을 모두 변제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건 브로커’ 성씨의 접대비도 거론됐다. 검사는 “(탁씨는) 코인사기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다른 채무 변제, 생활비, 브로커 접대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 등을 받아낸 뒤 성씨 등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하는 데 사용했단 취지다.

탁씨 ‘호화 변호인단’ 논란

탁씨는 이번 재판을 앞두고 이른바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변제보단 자신의 형량을 줄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으로 비쳤다. 탁씨는 지난 10월 구속 직후 로펌 4곳을 포함해 전관 판·사 등 변호사 21명을 선임했다. 현재는 로펌 2곳과 변호사 15명이 선임된 상태다.

‘성씨 수사 청탁’ 수백억대 FTB코인 사기도

지난달 23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경찰청 인사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이 경찰 승진인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사건 브로커'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경찰 승진인사 등을 청탁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전남경찰청 인사 담당 부서와 특정 시기에 승진한 경찰관 일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경찰청 인사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이 경찰 승진인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사건 브로커'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경찰 승진인사 등을 청탁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전남경찰청 인사 담당 부서와 특정 시기에 승진한 경찰관 일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기소된 사건 외에도 탁씨가 2020년 발행한 FTB코인 투자 명목으로 10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당시 탁씨는 피해자들에게 비트코인 1만개(당시 시세 1300억원)가 있는 전자지갑을 보여주며 “FTB 가치 떨어져도 원금 보상 가능하다”며 돈을 받았다.

검찰은 당초 탁씨가 브로커 성씨에게 거액을 건넨 것도 FTB코인 사건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용도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들은 “FTB코인 사기에 비트코인 랜딩 사기까지 합치면 피해액이 39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탁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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