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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습격' 미리 알았나…‘변명문 발송’ 약속 70대 긴급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지난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지난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김모(67)씨를 수사하는 경찰이 김씨 조력자로 보이는 70대 남성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김씨가 범행 전 작성한 변명문(남기는 말) 내용을 사후에 우편 등을 통해 발송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본다.

“발송하기로 한 내용, 변명문과 일치”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7일 오후 충남에서 7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이 대표를 습격하기 전 김씨에게 “남기는 말을 사후 우편 등으로 발송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해 김씨 범행을 방조한 혐의(살인미수방조)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발송해주기로 약속한 내용이 남기는 말에 있는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A씨가 사전에 김씨 범행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범(김씨)이 무엇을 할지 알고, 이를 돕겠다는 의사로 실행하거나 약속만 해도 방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제 우편물 발송 여부와 발송처도 파악하고 있다.

다만 A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와 A씨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어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심문과 휴대전화 포렌식 디지털 등 수사 과정에서 A씨 존재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한 언론사 독자 게시판에 김씨와 같은 이름으로 전 정권을 비방하는 내용 등이 수십건 게시된 것과 관련, “로그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봉하마을에서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씨로 추정되 인물이 범행 때처럼 오른손을 강하게 휘두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지난 1일 봉하마을에서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씨로 추정되 인물이 범행 때처럼 오른손을 강하게 휘두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범죄심리 전문가 “남기는 말은 김씨 선언문”
김씨가 작성한 남기는 말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ㆍ대북 정책 비판과 함께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일에도 이 글을 품에 지니고 있다가 범행 직후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압수됐다. 체포된 후 범행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김씨는 “남기는 말을 참고해달라”고 했다. 범행을 저지른 후 남기는 말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김씨가 주변에 우편 발송 등을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남기는 말에 김씨 범행 동기 등이 드러나 있다고 본다. 배상훈(前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 프로파일러는 “남기는 말에는 김씨의 신념이 담겨 있다. 범행 직후 알려지게 될 ‘선언문’으로 여겨 작성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글 내용에서 극단적인 테러 공격자와 비슷한 사고가 엿보인다”며 “2019년 뉴질랜드, 1980~90년대 미국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 사건 때도 극단적 성향의 범인이 매니페스토(선언문)를 쓴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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