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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앞으로 군사분계선 인근서 육해공 훈련 '사실상 9∙19 종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 당국이 북한의 사흘 연속 포격 도발로 9·19 남북군사합의의 적대행위 금지 구역이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군의 포병 사격 등 일련의 도발로 9·19 합의가 정한 완충구역이 무의미해진 만큼 한국이 해당 합의에 얽매여 군사적 불리함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군 당국은 9·19 합의 이전에 실시했던 것처럼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 등에서 각종 사격훈련을 재개할 방침이다. 사실상 9·19 합의의 종언인 셈이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5일 백령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5일 백령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3000여 차례 9·19합의를 위반했고 서해상에서 지난 3일 동안 연속으로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며 "이에 따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이번 발표는 9·19 군사합의에 대한 두 번째 효력 정지 사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월 22일 9·19 합의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1조 3항이 규정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 정지를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방 지역에 정찰 자산을 띄워 대북 감시 능력의 '족쇄'를 풀겠다는 취지였다.

군 당국이 이날 북한의 위반 행위를 지목한 곳은 9·19 군사합의가 규정한 해상 완충구역이다.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시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군 이남까지의 수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9·19 합의 당시 남북은 이곳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5일 오후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서북도서부대 해상사격훈련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5일 오후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서북도서부대 해상사격훈련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하지만 북한은 해상 완충구역에서 합의 위반을 수시로 벌이곤 했다. 포문 폐쇄 조치는 지켜진 날보다 지켜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또2022년까지 15차례 이곳에 포를 쐈고, 지난 5일 200여 발·6일 60여 발·7일 90여 발 등 3일 연속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 6일 도발의 경우 북한은 기만 작전까지 벌였다. 포사격은 하지 않고 폭약만 터뜨려 혼선을 유발하려 했고 여기에 군이 속아 넘어갔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에 군 당국은 즉각 반박했다. 이 실장은 “발포하는 정황과 포사격하는 정황을 구분해 포사격 정황에 대해 횟수와 장소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 당국은 북한이 같은 날 기만 의도를 갖고 포사격을 전후로 10여 차례에 걸쳐 폭약을 터트렸다고 파악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9·19 합의 내용을 충실히 지켜왔다. 완충지역인 서북도서에서 화기 사격이 불가능해져 장비를 육지로 옮겨와 훈련을 벌이는 '비효율'도 감수했다. 군이 9·19 합의 이후 해상 완충구역에 포를 쏜 건 지난 5일 북한 도발에 맞대응 성격으로 실시한 해상 사격 훈련이 처음이었다.

군 당국은 해상뿐 아니라 9·19 합의의 지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도 무효화됐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훈련장에서 육상 부대 기동과 포병사격 등을 정례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의미다. 남북은 9·19 합의 당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한 바 있다. 또 남북 사이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GP)를 완전히 철수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비무장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해 11월부터 철수한 GP 11곳에서 복구 활동을 시작했고, JSA 경계 병력도 재무장시켰다.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같은 달 북한 국방성의 발표를 차곡차곡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합의에 따라 훈련을 제한하다가는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즉각적인 상응 조치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군 당국의 발표로 9·19 군사합의 자체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합의의 또 다른 항목인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 등은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드론작전사령부를 방문해 대비 태세를 점검한 뒤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공격 드론 등 드론작전사가 확보한 첨단 무인기 전력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신 장관은 "무인기 전력 강화,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등 비대칭 위협의 수위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며 유사시 북한 내 핵심 표적에 대한 압도적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드론작전사가 적에게는 공포를, 국민에게는 신뢰를 주는 최정예 합동전투부대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보형 사령관(소장)은 "만약 북한이 또다시 무인기 도발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면 다량·다종의 첨단 드론을 북한지역으로 투입해 공세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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