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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비·물가 두마리 토끼 잡나…총선 앞둔 '돈풀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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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일러스트=김지윤]

한국경제. [일러스트=김지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경방)으로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민생의 어려움을 고려해 상반기에 정책역량을 집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소비 진작을 위해 돈을 풀다 보면 물가가 뛰어오를 수밖에 없어 정책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역점을 둔 건 물가 안정이다. 지난해 3.6%였던 물가상승률을 상반기 내에 2%대로 끌어내리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물가관리·대응에 10조8000억원을 푼다. 1년 전보다 1조8000억원 더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물가를 끌어올린 과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입과일 21종 관세 인하·면제'도 추진한다.

전기·대중교통 등 공공요금도 올해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간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만 45조원을 기록 중인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에도 요금 인상이 어렵게 됐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상반기까지는 공공부문이 허리를 조금 더 졸라매야겠다는 차원에서 정책 기조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조기집행, 물가 끌어올릴 수 있어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문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책과 함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 카드도 동시에 꺼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20% 소득공제 적용 ▶'여행가는 달' 연 2회로 확대 시행 ▶상반기 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4000억원 중 65% 조기 집행 ▶60조원대 공공투자 계획 중 55% 조기 집행 등을 발표했다 돈을 풀어 소비와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자칫 정부의 정책이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돈 풀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 내 물가를 잡겠다고 했으면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을 꺼내면 안 되는데 SOC 예산을 65% 집행한다는 건 평소보다 재정 지출에 속도를 더 내겠다는 뜻”이라며 “총선이라는 정치 사이클에 경제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기대인플레이션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 소득이 늘어난다고 하면 물가가 소폭 올라도 민생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기대심리만 자극할 경우 물가 잡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물가 집중하고 하반기 재정지출 늘려야”

상반기에 정책 역량이 집중돼 하반기에 사용할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LG경영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뚜렷한 경기 반등 없이 L자형(상저하저) 장기 저성장 국면이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엔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하반기엔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아울러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한 것도 하반기 정책 방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요금을 묶어둔다면 결국 하반기에 버티지 못하고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간신히 낮춰 놓았던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석 교수는 “물가가 다시 튀게 되면 하반기로 전망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덩달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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