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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딸 성폭행한 36살 무죄"…온라인 달군 사건 판결문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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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만 12세 딸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딸의 키가 158㎝이므로 가해자가 14세 이하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는 N번방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등을 언급하면서 법률적 도움을 요청했다.

작성자가 서술한 끔찍한 범죄와 안타까운 사연에 이 글은 이틀 만에 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튿날 한 네티즌은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은 판결문을 통해 실제 조언을 건넸다.

"앱에서 만난 36세 남성, 12세 딸 성폭행" 

글은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36살 남자가 12살 제 딸을 성폭행했는데 무죄라고 한다'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작성자 A씨는 "2023년 5월28일 만 12세 저희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제 아이가 한 앱에 지금 만나서 놀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고, 그걸 본 성명 불상의 성인 남자가 아이를 만나러 와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며 사건을 설명했다.

A씨는 "저희 집이 있는 동네는 면(面)이라 인적이 드물고 당시 밤 12시 정도에 비가 왔기 때문에 더욱이 인적이 없었다"며 "저희 집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아이를 태운 가해자는 더 어두운 길로 갔다"고 했다. 이어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아이가 신호대기 중에 내려서 도망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잡혀서 해코지를 당할 것이 두려워 내리지도 못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차고지 같은 곳에 도착했고 가해자가 내리라고 해 내려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침대가 있어 모텔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며 "들어가서부터는 무섭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가해자는 준비해온 수갑으로 아이를 결박했다"고 말했다.

"키 158㎝…14세 이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주장 

A씨는 "아이를 추궁한 끝에 이 내용을 알게 됐고, 신고하면 보복당하는 게 두렵다는 아이의 말에 사흘간 신고를 망설이다 고민 끝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고했다"며 "이후 아이는 경찰서, 해바라기센터, 병원 등을 불려 다니며 똑같은 진술을 수없이 반복했고 한 달 만에 범인은 잡혀 지난해 6월23일 구속됐다"고 전했다.

이어 "6개월간의 긴 재판 끝에 12월14일 검사는 12년형을 구형했고, 1월4일 최종 선고가 내려졌는데 결과는 무죄였다"며 "이유는 가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고, 가해자의 차량에서 압수한 성기구 중 하나에서만 저희 딸의 DNA가 나왔다는 것, 딸의 키가 158㎝이므로 가해자가 14세 이하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일 이후 아이는 불안증세가 심해졌고, 저는 결국 일까지 그만두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사와 전학까지 하게 됐다"며 "불안증을 견디다 못해 거듭 자해를 하던 아이는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아이와 면회, 통화도 금지된 상황이기에 저 또한 불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A씨는 "이 글을 읽으시고 법적인 자문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언을 기다리겠다"며 "참고로 가해자는 외제차를 몰며, N번방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전했다.

이튿날 네티즌 B씨가 A씨의 글에 답 했다. "법률상담이 필요하면 말씀 달라. 글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대형로펌 변호사인 배우자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다.

판결문엔 "제출 증거로 나이 인지 증명 못해"

같은 날 B씨는 전달받은 판결문을 토대로 장문의 조언 글을 게시했다.

B씨는 검사가 무리해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를 적용한 것이 실책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판결문에는 "사정들에 비춰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근거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앱에서 대화할 당시 피고인에게 '14살'이라고 말했고, 피해자가 사용한 닉네임에 '14살'이 들어가 있었다는 취지로 법정 등에서 진술한 점을 들었다.

또 피해자의 키와 몸무게가 성인 여성의 평균 체격에 이르고, 사건 당시 피해자의 외모와 옷, 법정 진술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에서 나아가 아직 만 13세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피고인이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인용 기구 사이에 상당한 접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 이후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신체에서 남성의 정액 반응이나 피고인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성인용 기구 중에는 피해자가 사건에서 언급한 적이 없는 성인용 기구 한 개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을 뿐, 검사가 이 사건 범행에 제공된 물건이라는 취지로 몰수를 구하는 성인용 기구 등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액이나 DNA가 비나 피해자의 샤워로 인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진다면서도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위, 신고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을 만나고 온 것을 어머니에게 들키자 혼날 것이 두려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고, 결국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검사가 기소한 혐의 '13세 미만의 미성년자', '강간 행위'라는 성립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해 기소해 무조건 유죄가 나오게 해야 한다"며 "단 1심에서 부족했던 증거들을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이란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간음·추행한 경우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는 조항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2020년 5월부터 시행됐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에 적용되는 미성년자 강간죄(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는 형량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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