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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제 약한 고리는 '美사무실 대출 부실'…"연체율 치솟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DC의 한 오피스 빌딩. AFP=연합뉴스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DC의 한 오피스 빌딩. AFP=연합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가 올해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목받고 있다. 재택근무 문화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부동산 담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은행의 자산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 시장에서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5.28%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MBS는 금융기관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을 뜻한다. 대럴 휠러 무디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시절 자금을 조달했던 차입자들이 고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향후 수개월간 연체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데이터 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3.6%로 2019년 말(9.4%)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코스타그룹은 올해 말에는 15.7%, 2026년 말에는 17%를 넘을 걸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업무 형태가 자리잡으면서, 회사들이 사무실 크기를 줄이거나 옮기는 편을 택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체결된 사무실 임대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만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사무실 가격은 떨어졌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 사무실 가격이 20% 추가로 떨어질 걸로 내다봤는데, 2020년 초 최고점에 비하면 43% 떨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사무실 건물의 시장 가치가 떨어지자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상환 또는 재융자 대상인 오피스빌딩 관련 상업용 모기지 규모는 1170억달러(약 152조9800억원)로 집계됐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약 80%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건물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힘들고, 고금리에 재융자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온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미국 605개 건물 중 224개가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선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가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앞서 전미경제연구소는 은행 자산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문에서 약 1600억 달러(209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매출총액의 26%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27%) 수준에 근접해 있다. 특히 중소은행(44%) 비중이 대형은행(13%)에 비해 높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은행 건전성 우려가 확산하면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스템과 실물경기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한편 한국은행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은 4.4%를 기록하며 2022년 2.4%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만큼, 사무실보단 물류센터와 상가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단기간에 대규모 부실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잠재적 리스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향후 경기 회복 지연‧금리 부담 등으로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금융기관이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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