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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역사 바꿨다…노르망디 작전 '날씨 요정' 100세로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일랜드의 모린 플라빈 스위니. 스위니의 손자 퍼거스 스위니 엑스(X·옛 트위터).

아일랜드의 모린 플라빈 스위니. 스위니의 손자 퍼거스 스위니 엑스(X·옛 트위터).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된 기상 정보를 제공한 아일랜드 여성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린 플라빈 스위니는 지난해 12월 7일 아일랜드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고인은 1942년부터 아일랜드 북서부 외딴곳에 있는 해안마을 블랙소드 포인트의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2차 대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우체국은 기상관측소 역할도 했는데 스위니의 업무 중에는 기상 자료 기록·전송이 포함됐다. 당시 스위니는 그 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2차 대전 때 중립국이었지만 영국과 기상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조용히 연합군을 도왔다.

유럽의 북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아일랜드는 대륙으로 향하는 날씨에 대해 미리 감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블랙소드 포인트는 최적지였다.

당시 기상예보는 1944년 프랑스령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날짜를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이끄는 연합군은 2년간 치밀한 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세웠다. 16만명 넘는 병력과 항공기 1만2000여대, 선박 7000여척 등이 투입되는 작전이었다.

연합군은 처음에 디데이를 6월 5일로 잡았다. 보름달이 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썰물로 해안 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

인공위성 사진 같은 첨단 기상정보가 없던 당시에는 원시적인 수준의 예보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고인은 21번째 생일을 맞은 6월 3일 야근을 하다가 기압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이는 비나 폭풍우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보고는 영국 기상본부에도 전달됐다. 당시 고인은 영국 억양의 한 여성으로부터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는 이례적인 전화를 받았다. 그는 “확인하고 확인해도 (기압) 수치는 모두 같았다”고 생전에 회고했다.

같은 날 아이젠하워 장군은 보좌관들과 영국 기지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영국의 군사 기상학자인 제임스 스태그는 스위니의 보고에 근거해 악천후가 예상된다며 디데이를 하루 미루라고 했다.

작전은 6월 6일로 연기됐고 그날 정오가 되자 날이 맑아졌다. 연합군은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했다.

당시 영국 참전용사 조 카티니는 “우리는 스위니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그녀가 날씨를 읽지 못했다면 우리는 폭풍 속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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