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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SML 첨단장비 구입도 막혔다…이제 '첨단칩 개발'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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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이 D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위한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이 D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위한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첨단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ASML의 노광 장비를 수입할 기회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 중국 첨단 기술 봉쇄에 맞서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던 중국이 향후 어떤 돌파구를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심자외선(D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데 필요한 면허를 부분 취소했다. 해당 장비(NXT:2050i, NXT:2100i 등)는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기업에 수출되던 품목이다. 중국 SMIC는 그동안 ASML에서 수입한 DUV 장비로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에 탑재돈 7나노 칩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몸 사라지는 중국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그동안 중국은 ‘이 없으면 잇몸’ 전략으로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 왔다. 미국 수출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할 수 없던 중국은 DUV를 차선책으로 택했다. 반도체가 점점 작아지면서 웨이퍼에 빛으로 미세하게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은 핵심 기술로 꼽히는데, 통상 10~14나노 이상 반도체는 DUV 방식을 사용하지만, 그 이하 미세 공정에서는 EUV 장비가 필수다. 하지만 SMIC는 EUV 대신 DUV 장비로 공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7나노 칩을 개발했다.

메이트60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DUV 장비로 3나노 공정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SMIC는 DUV 장비를 사용해 3나노급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팀을 구성했으며, TSMC와 삼성전자를 거친 유명 반도체 전문가인 량멍쑹 공동 CEO가 팀을 이끌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의 기술 규제를 어떻게든 극복해내자 미국은 네덜란드를 압박해 구형 DUV 장비 수출까지 모두 틀어막기에 이른 것이다.

수출길 막히기 전 DUV 장비 수입 늘린 중국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네덜란드로부터 반도체 장비 수출을 늘려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네덜란드로부터 중국이 들여온 반도체 장비는 전년동기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은 ASML의 노광 장비다. 중국은 확보해둔 DUV 장비를 활용해 첨단 반도체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즈는 이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방해하려 하지만 이런 전술로는 중국을 막을 수 없다. 미국의 봉쇄 전략은 오히려 중국의 칩 제조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공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DUV 장비로는 실제 양산할 수 있을 만큼의 수율을 내기는 어렵다. 특히 7나노 반도체까지는 해냈다 해도, 그보다 더 미세공정인 5나노·3나노까지 개발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양산에 들어간다면 경제성이 심각하게 떨어질 것”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체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중국 국영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28나노 노광 장비를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중국은 DUV 우회 전략으로 시간을 벌면서, EUV 장비를 대체할 방법을 찾아 기술 격차를 좁히려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반도체 업계에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라도 선제적으로 발표하는데, (중국의 28나노 노광 장비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SML, 중국 수출길 차단 영향은
ASML은 “수출 허가 취소나 최근 미국의 수출 통제가 2023년 재무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ASML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분기 8%(4억6000만)에서 2분기 24%(13억4500만) 3분기 46%(24억4200만)로 빠르게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부터는 이런 매출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ASML의 최신 노광기기 하이 NA EUV 기기가 지난달 말부터 출하되기 시작된 만큼 전체 매출액 순감은 크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 NA EUV 장비는 1대당 5000억원에 달해 기존 EUV 장비(2000억~3000억원)의 2배에 가깝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ASML 주가는 5.28% 하락한 716.92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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