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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 90초 기적, 5년 전 러시아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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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 상공에서 찍은 일본항공 항공기 모습. 전날 착륙 도중 발생한 충돌 사고로 전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 상공에서 찍은 일본항공 항공기 모습. 전날 착륙 도중 발생한 충돌 사고로 전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적의 탈출’. 지난 2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사고 직후 불타는 여객기에서 승객과 승무원 379명이 모두 무사하게 탈출한 것을 두고 나온 외신 반응이다. 3일 BBC는 “기체 크기와 탑승자 수를 고려하면 전원 대피는 정말 기적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마지막 승객까지 모두 대피시킨 다음에야 여객기에서 내린 승무원과 조종사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BBC는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승무원들을 칭찬했다”며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도 이날 관련 기사에서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짐을 놔두고 빠르게 대피하도록 조치한 건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전했다.

단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박상 등 부상을 입은 승객도 14명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원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90초 대피훈련’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90초 룰’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1967년 항공기 제조업체에 내놓은 요건으로, 이 요건에 따르면 44석 이상 모든 기종의 여객기는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음을 실증해야 한다. 이는 65년 43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고 이후 마련된 기준이다.

제조사는 승객 중 남녀의 비율(여성이 40% 이상), 50세 이상 탑승객의 비율(15%), 유아 있음, 어두운 조명 등 구체적 조건에서 베개나 담요 등 장애물을 상정한 테스트를 거쳐야만 여객기를 출하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JAL 여객기 승무원은 연 1회 여객기 기체에서 승객 전원을 90초 이내에 탈출시키는 훈련과 시험을 거쳐야 한다”며 “이번에도 8개의 비상탈출구 중 안전한 3개 탈출구를 확보해 승객들을 구조한 것은 (훈련 내용에 따라) 기장·승무원·승객이 침착하게 행동한 결과”라고 짚었다.

앞서 2019년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러시아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78명 승객 가운데 41명이 숨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일부 승객이 짐을 챙기느라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제관 지시 오인해 사고 가능성=이날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사고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성은 사고 직전 4분간의 관제탑 교신 기록을 공개했다. 국토교통성은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해선 활주로 진입이나 이륙을 허가한 기록이 없다”며 “활주로 정치 위치는 어디까지나 유도로를 가리키는 것으로, 교신기록상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한 이륙 허가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관제관의 지시를 오인해 활주로에 진입하면서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로 기장을 제외한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은 모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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