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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용, 여성으로 버텼다…늘어난 취업자 94%가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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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증가한 취업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여성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20~40대 핵심 노동 연령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 결과 지난해 1~11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만1000명 증가했다. 1년 새 증가한 취업자 중에선 남성이 1만9000명, 여성이 31만2000명을 차지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의 94.3%가 여성 몫이었다. 여성 증가세가 남성의 16.4배에 달한다.

30대로 한정하면 지난해 1~11월 남성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만명 감소했는데 30대 여성은 9만3000명 증가했다. 40대에선 남성 취업자 6만8000명이 감소할 때 여성은 1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자리 주축으로 불리는 30~40대에서 취업자 수 변화가 극명히 갈렸다. 경력단절 이유로 지적돼온 결혼·출산이 줄면서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여성이 감소했고, 코로나19 확산 때 육아 등을 위해 경력을 중단했던 여성이 대거 복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취업자 수 증감이 아닌 고용률로 따져도 남녀의 명암이 확실했다. 남성은 감소(-0.3%)한 반면 여성은 증가(2.3%)했다. 이처럼 지난해 고용시장의 증가세는 절대적으로 여성에 의존했다. 12월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연말에도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11월 남녀 고용시장 추이가 12월에도 비슷하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고령화가 점차 빠르게 진행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40년 2852만명으로 20년 새 24% 급감할 것이라 내다봤다. 일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노동시장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문제는 여성 취업과 저출산의 관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와 출산율이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여성 취업이 꼭 필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론 인구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KDI가 2022년 30대 초반(30~34세)이었던 여성과 2017년 30대 초반이었던 여성을 비교한 결과 2022년 경제활동참가율(75%)이 2017년(66.2%)보다 8.8%포인트 높았다.

불과 5년 새 8.8%포인트 차이가 벌어진 건 자녀 수 때문이었다는 게 KDI 분석이다. 2017년 30대 초반이었던 여성 중 자녀가 있는 비중은 46.9%였으나, 2022년엔 32.3%로 14.6%포인트 낮아졌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여성 고용 증대,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남성과 여성의 고용률 격차가 30%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지는 현실이 여성의 출산·육아와 노동의 병행을 막아선다고 분석했다.

김지연 KDI 부연구위원은 “출산과 경제활동참여는 반비례가 아니라 함께 올라가야 한다”며 “업무 효율화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유연근로 활성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육아와 근로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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