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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데이터 전문가 모셔라"…새해 첫 회의서 저출산 다룬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산 원인에 대한 정밀 진단을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산 원인에 대한 정밀 진단을 지시했다. 사진 대통령실

“원인 진단부터 다시하라,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를 모셔라.”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부터 저출산 대책을 주문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대수비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저출산 원인에 대한 정밀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수석들로부터 저출산 대책을 보고받은 뒤 “객관적인 자료 없이 의견에 기반한 막연한 대책은 수백조원을 쏟아부은 전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도 지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건 데이터였다. 실증적인 수치에 기반해 저출산 원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분석하는 게 어설픈 대책 마련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정 날짜에 맞춰 국민에게 그럴듯한 대책만 발표하다 보니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답답함도 토로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대 아래로, 꼴찌다. 정부는 2023년 출산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업무보고에 초대할 전문가를 물색 중이다. 대책 발표도 정밀 진단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저출산 관련 업무보고에선 대책보단 원인 진단과 분석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홍콩(0.77 명)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꼴찌에서 2번째'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홍콩(0.77 명)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꼴찌에서 2번째'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며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저출산 해결”이라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 마련과 별개로 대통령실은 4일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형식의 새해 정부 업무보고를 시작한다. 지난해 업무보고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처별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주택·민생·일자리·중소기업·돌봄·의료개혁·저출산 등 주제별로 여러 부처가 협업해 참여한다.

윤 대통령이 백화점식 업무보고보다는 “민생과 밀접한 주제를 놓고 관계되는 부처와 이해관계자, 전문가가 참여해 깊이 있게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업무보고 장소도 주제와 맞물린 재개발 예정지와 청년 창업공간, 광역교통시설사업 예정지 등에서 열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닌, 현장 목소리를 듣고 ‘즉각 해결하는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이번 업무보고의 방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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