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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고통지수 낮아져도, 美 지갑 안 연다…정치 양극화도 원인?

중앙일보

입력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스1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스1

주요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고금리 찬바람에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감내할 수준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소비를 잘 늘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지수는 1970년대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만든 지표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질을 보여주기 위해 개발했다. 지수가 상승하면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지고 경제적 고통이 커진다고 본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경제고통지수가 2020년 4월 15.0으로 40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뒤 점차 낮아졌다. 그러다 물가가 정점(9.1%)을 찍은 2022년 6월 고통지수는 12.7로 2008년 8월 금융위기 수준(11.5)을 넘어섰다. 이후 물가가 둔화되고 실업률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11월 6.8로 급락했다.

하지만 소비는 오히려 코로나 시기보다 침체돼 있다. WSJ는 “역사적으로 고통지수가 하락하면 소비심리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 1년간 고통지수가 하락한 만큼 소비 심리가 개선되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시건 대학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61.3에서 12월 69.7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2020년 4월(71.8) 수준에는 못 미친다.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코로나ㆍ인플레이션 시기의 학습효과가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초 0.25%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7월 5.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추세지만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팬데믹 이전보다 19%나 높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충격이 사람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반감기가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가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캐롤 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는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훨씬 덜 행복함을 느낀다”며 “그 결과 2020년대 초 코로나 대유행 당시보다 소비심리지수가 훨씬 낮은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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