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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종무의 휴먼 & 펫

들개와 함께 살아가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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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

새해가 밝았다. 연말에 많은 눈이 내렸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따뜻하게 보내지만 집 밖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동물도 있다. 오늘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야생에는 여러 동물이 살고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 청설모 같은 동물들은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들개나 길고양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한때 사람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았기에 완전한 야생의 삶을 살지 못하고 사람 주위에 머무른다. 시시때때로 길고양이나 도시 인근 산에 사는 들개가 뉴스에 오른다. 특히 들개는 등산객이 공격당했다며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될 때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들개를 포획해서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는 경우 10일이 지나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

휴먼 & 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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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인도로 여행을 갔었다. 다양한 크기의 개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구도 개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고 개들도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게 인상에 남았다. 인도의 개나 우리나라의 개나 근본이 다르지는 않다.

우리나라 들개는 대부분 사람에 의해 버려졌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람을 피해 산속에 들어간 개들이다. 들개들은 사람을 경계하기에 사람을 피해 다니지만 부득이하게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사람 주위로 내려온다.

인류학자 애나 칭은 그의 저서 『세계 끝의 버섯』에서 다른 존재와 살아가는 것은 항상 혼란스러운 상태로 진행 중이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지구라는 공간은 인류에게만 주어진 공간이 아니며 다른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인내하고 다른 존재와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종무 평생피부과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