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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몸 안 좋아 대피 못한 듯"…군포 아파트 화재 유족 오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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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7시쯤 경기 군포 산본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주민 14명이 다쳤다. 119 화재조사관들이 불이 난 세대 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삼권 기자

2일 오전 7시쯤 경기 군포 산본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주민 14명이 다쳤다. 119 화재조사관들이 불이 난 세대 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삼권 기자

군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거동이 불편한 50대 남성이 숨졌다. 2일 군포경찰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군포 산본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랫집에서 연기가 올라온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큰불을 잡은 뒤 9층 세대 내에서 불에 타 숨진 남성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이 시신의 신원은 해당 세대에 거주하는 안모(51)씨로 확인됐다.

화재 발생 당시 불이 난 세대엔 안씨와 안씨의 부인 김모(51)씨, 손녀 김모(13)양이 머무르고 있었다. 김씨는 연기를 다량 흡입해 중상자로 분류됐다가 인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포함해 연기를 마신 주민 1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씨 부부와 함께 거주하는 아들(27)은 새벽에 출근했다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 안씨는 “출근할 때 아버지를 뵙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아 걷지 못해 대피를 못 하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씨의 시신이 구급차에 실리자 딸 등 유족은 “이렇게 가면 안 되잖아”라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주민들은 이른 시간에 벌어진 화재에 미처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대피했다. 수건에 물을 적셔 코에 대고 빠져나왔다는 9층 주민 김모(60대)씨는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과 사이렌 소리가 작게 들려 문을 열어 보니 연기가 자욱해 물수건을 대고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2일 오전 7시쯤 경기 군포 산본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주민 14명이 다쳤다. 화재는 세대 내에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다발하면서 상층부 세대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손성배 기자

2일 오전 7시쯤 경기 군포 산본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주민 14명이 다쳤다. 화재는 세대 내에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다발하면서 상층부 세대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손성배 기자

최근 아파트 화재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방학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졌고, 지난달 29일에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주민 수십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7층 주민 문모(57)씨는 “현관문을 나서다 연기가 입속으로 훅 들어와 정신이 아득해져 잠깐 주저앉았다 계단으로 겨우 빠져나왔다”고 했다.

군포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발화 세대 외 다른 곳으로 번지진 않았고, 소방대 도착 당시 방화문은 개방돼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은 현장 합동 감식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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