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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청룡의 해' 질주 기운 올라탔다…여의주는 '이것' [무역 4.0 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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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한국의 대외 수출 여건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있다. 전반적인 글로벌 수요 확대와 기저 효과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미중 갈등 심화, 중국 경기 회복 둔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다양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변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출 실적은 반도체가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 회복과 인공지능(AI) 서비스 산업 확산, 전 세계 데이터센터 교체 시기 등과 맞물려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반도체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낙폭을 키우는 등 생산과 수요가 모두 위축되면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3~4년 전과 같은 반도체 황금기 수준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중 무역수지는 장기적으로 계속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연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미국 신차 시장이 전년 대비 약 4.6% 증가한 1600만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친환경차와 SUV 수출 확대에 따른 수출 단가도 상승하면서 수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전세계적으로 미래차 분야에서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 변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RA 시행 이후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생산·유통하는 경우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며 “국가 차원의 수출엔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8~10%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의 경우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긴장이 장기화하면 수출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력 후보인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위기를 비롯한 각종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선 자동차 수출 업체에 세액공제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다만 일련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의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한국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반도체(15.9%)와 자동차(2%) 모두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국제 정세 불안과 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석유화학(-0.5%)과 2차전지(-2.6%)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무역협회는 7.9%, 한국은행은 9.3%,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7%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론 국내 산업 기반을 넓히고 키워야 ‘퀀텀 점프’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중간재인 한국의 수출 품목을 소비재 등으로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품목 다변화는 기본이고 인구사회적 구조 변화까지 감안해 노동력 부족에 따른 AI(인공지능)ㆍ자동화 설비 시장 등을 선제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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