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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효과 까먹는 尹정부 vs 정부심판론 까먹는 이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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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0 총선을 100일을 앞둔 1일 각 언론사가 일제히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는 ‘한동훈 효과’의 확인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판세’로 요약될 수 있다. 사법 리스크에 놓인 ‘이재명 효과’로 인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민심의 경종 또한 크다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년 조사는 지난달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진행됐다.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첫 평가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한 위원장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한 위원장의 차기 대통령 선호도는 24%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2%)를 오차범위 이내지만 처음으로 앞섰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유·무선 전화면접으로 서울지역 유권자 서울·경기·인천 유권자 802명, 824명, 804명 등 총 2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도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서울(한동훈 43.3%, 이재명 37.3%)과 경기(한동훈 38.5%, 이재명 45.2%)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쳤다.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조명받으며 ‘컨벤션 효과’를 누린 것이다.

‘한동훈 효과’는 정당 지지율에서도 일부 나타났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선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29%,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25%였다. 경향신문·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내일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당의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엔 응답자 34%가 국민의힘을, 39%가 민주당을 각각 선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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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김기현 체제에서 무력감에 빠졌던 것에 비하면 당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라며 “일단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선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상승시킬 것’이라고 응답은 41%, ‘떨어뜨릴 것’이란 응답은 17%였다.

정부 심판론 53%…4년 전엔 정부 안정론이 49%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의 등장에도 당장 총선 판세를 바꿀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 심판론’은 53%로 ‘정부 지원론’(39%)을 14%포인트 앞섰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4월 조사(정부 심판론 50%, 정부 지원론 36%)와 비교했을 때 8개월간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SBS·입소스(정권 견제 52%, 국정 안정 40%)와 MBC·코리아리서치(‘야당 후보 당선돼야’ 52%, ‘여당 후보 당선돼야’ 41%)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37%였지만 부정 평가는 60%에 달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 35%, 부정 평가 59%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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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4년 전 신년 여론조사 결과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020년 1월 2주차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49%를 기록해 정부 심판론(37%)을 12%포인트 앞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 47%로 부정 평가(4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하지만 민주당도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정권 심판론이 정권 안정론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22%였는데, 갤럽 조사 기준 이 대표는 7개월 동안 19%~22%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가 총선 지휘봉을 내려놔야 한다는 취지의 여론조사도 있었다. 경향신문·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에서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비대위 출범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은 50%, ‘동의하지 않는다’는 41%를 기록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선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질문에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표 퇴진을 반대한다’는 답변은 36%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선 선거 구도와 관련해 단순히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안정론을 넘어 ‘여야가 동시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동시 심판론’ 응답이 22%에 달했다. 여야 모두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짝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현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2~3주 안에 갈릴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이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에서 얼마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혁신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낮은 대통령 지지율 때문에 구도 자체는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도 야당은 ‘이재명 리스크’ 때문에 지지율이 발목 잡히고 있다”며 “만약 이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민주당도 혁신한다면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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