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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中 아닌 美…'출미입중' 가팔라진다 [무역 4.0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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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중국은 31년 만의 무역적자 전환, 미국은 21년 만의 최대 흑자국 등극. 지난해 수출입에서 두드러진 변화다. 수출은 미국, 수입은 중국 중심의 이른바 ‘출미입중(出美入中)’이 나타나면서 무역 구조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ㆍ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4% 줄어든 6327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액은 같은 기간 12.1% 감소한 6427억 달러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으면서 연간 무역적자는 99억7000만 달러 쌓였다. 2022년(-477억9000만 달러)보다 줄었지만 ‘마이너스’(-) 실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수출 부진엔 ‘1위 시장’ 중국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對)중 수출은 1년 전보다 19.9% 급감했다. 2022년 6월부터 19개월째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과의 무역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첫 적자(-180억 달러)를 봤다. 중국은 2018년까지는 무역흑자 1위, 2021년엔 3위였지만 2022년 22위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아예 무역수지 최하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간 한국에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안겨줬던 중국이, 이젠 거꾸로 우리가 돈을 퍼다 주는 상대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반면 9대 수출시장 중 미국ㆍEU(유럽연합)ㆍ중동ㆍCIS(독립국가연합) 등 4곳은 수출이 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 중 대미 수출액은 역대 최대(1157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기계, 2차전지 등이 미국 시장에서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특히 지난달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20년 6개월 만에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바뀌었다(월간 기준). 미국은 연간 기준으로도 18년 만에 아세안을 제치고 2위 수출시장이 됐다. 또한 미국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1위(445억 달러) 국가에 올랐다.

정부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세계 수입 감소가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진이 구조적ㆍ장기적 문제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의 반등 기미가 안 보이는 데다 양국 기업간 기술 격차 등도 점차 좁혀졌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를 재가공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던 중국이 이젠 상당수 제품을 자급하게 되면서 한국이 팔 물건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의 대세계 수입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대만에 이은 2위였지만, 지난해(11월 기준)는 대만ㆍ미국에 이은 3위로 내려앉았다. 4~5위인 일본ㆍ호주도 뒤에서 바짝 쫓는 모양새다.

지난달 6일 경기도의 한 업체 직원이 요소수 생산에 사용할 중국산 요소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경기도의 한 업체 직원이 요소수 생산에 사용할 중국산 요소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중 무역은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문제였다. 흑연ㆍ요소 등 의존도가 커서 쉽사리 줄일 수 없는 원자재 수입은 중국 정부 움직임에 수시로 흔들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입 실적 1만 달러 이상 품목 9308개 중 중국 비중이 1위인 건 4030개(43.3%)였고, 대중 의존도 70% 이상인 품목도 2113개에 달했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커지는 와중에 중국에서 사오는 핵심 소재 등도 많아지는 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ㆍ중 무역은 보완적 구조에서 경쟁적 구조로 바뀌었다. 신산업 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 개혁을 빠르게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수입의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점차 20~30%포인트씩 낮추면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품목별로는 ‘최대 수출품’ 반도체가 역성장한 가운데, 자동차가 2위 자리를 공고히 하며 전체 수출을 이끄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15대 주력 품목 중 자동차ㆍ일반기계ㆍ선박 등 3개만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액은 전기차ㆍ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같은 고부가 차량을 타고 70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기존 기록이던 2022년(541억 달러)보다 31.1% 늘었다. 반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7% 감소한 986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자동차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11.2%로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반도체 수출은 15.6%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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