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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관광객 2000만명 시대 실현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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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우현 그림동화작가·‘탐나라공화국’ 대표

강우현 그림동화작가·‘탐나라공화국’ 대표

‘10대 전략산업’(1996년), ‘한국 경제 신성장 동력’(2013년), ‘3대 수출산업 중 하나’(2019년)로 인식돼온 것이 관광산업이다. 관광진흥 확대 회의는 부처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고 협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역대 대통령이 주재해 왔다. 얼마 전 한국방문의 해 관광전략 간담회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컬처 콘텐트로 2024년에 외래 관광객 2000만명이 찾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연말 인천공항 이용객은 5600만명, 외래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소식이다. 2027년까지 관광객 3000만 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로 세계 10대 관광 대국이 되겠다는 비전 제시에 희망이 보인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과연 현실이 될까. 서울 도심을 제외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구경하기 어렵다. 지방 관광지와 제주도는 오히려 내국인 손님마저 감소했다. “비싸고 불친절해 동남아와 일본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이 제주도만의 문제일까. 보여주기식 축제 행사장의 뒷골목 쓰레기를 외면하고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이 채워줄까. 한국 관광의 착시효과가 커지고 있다.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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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각계 지도자들은 국내든 해외든 출장 가면 제발 관광 좀 다니길 바란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회의와 미팅만 하고 온 것은 자랑이 아니다. 자연과 도시환경, 교통과 숙식, 편의시설과 쇼핑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오길 바란다. 유명 관광지의 축제와 쇼핑센터까지 돌아보며 불친절과 바가지 수준도 비교해 보시라.

관광시설을 새로 만들고 관제 축제로 동네잔치나 벌이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지, 재탕 삼탕 반복되는 관광 지원 정책이 ‘국어 공부’ 수준이고 통계 숫자에 연연하는 관광전략은 ‘산수 공부’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파악해 주시라.

출장은 여행이고 여행자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관광인데 그게 왜 흉이 되나. 출장길에 관광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눈을 감고 다니라는 얘기다. 곁눈질로 익힌 상식에 전문가와 업자의 조언을 보태 ‘K컬처’라고 우기지 마시라. 관광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높은 분들’이 관제 행사에서 축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유인촌 장관 ‘관광대국’비전 제시
국내외 여행자 감동·편의 제공할
컨트롤타워로 ‘관광청’신설해야

관광산업은 일상생활의 핏줄이다. 그런데 핏줄에 박동을 주는 심장이 안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한국관광공사, 지방마다 설립한 관광공사와 관광협회, 숙식과 컨벤션을 포함하는 수많은 유관기관과 단체가 저마다 관광산업의 심장인 양 행세한다. 한국관광의 난맥상이다.

혈액형이 다른데 핏줄이 무슨 소용인가. 중앙 부처들의 엇박자 못지않게 중복되거나 무미건조한 지자체의 낭비성 행사들을 걸러줄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 관광산업의 협력과 지원을 원활하게 하겠다고 대통령이 관광진흥 확대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한 건 1996년부터다. 회의가 끝나면 다시 도돌이표를 찍어온 것이 한국의 관광산업이다. 내수관광의 시름이 깊다. ‘관광 심장’의 필요성을 토론할 시간도 없다.

미래 한국의 인구문제와 다문화 정책으로 ‘이민청’ 설립 이슈가 떠오르는 동안 ‘관광청’을 신설하겠다던 공약은 슬그머니 잊히는 모양새다. 도시환경과 지역 문화를 소비하는 국내외 여행자에게 감동과 편의를 제공하는 관광청이 이민청보다 덜 중요한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건 한국 관광의 핏줄에 활력을 불어넣을 심장이다. 제주도가 아니어도 관광청은 있어야 한다.

경쟁하듯 치르는 이벤트성 축제의 난립을 억제 조정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재활·보전하는 통합행정이 시급하다. 지자체마다 비슷비슷한 성공 사례 베끼기나 뒷골목 쓰레기와 바가지요금이라는 후진적 관광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여행산업이 지역의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촉매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관광청은 토론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관광은 미학이다. 국어 공부 같은 언어 정책과 산수 공부 같은 숫자 전략으로 풀 수 없다. K컬처라는 영문으로 두리뭉실하게 포장한 한국의 관광산업, 가장 한국적인 것은 오늘의 우리 일상이다. 내국인이 즐겁게 찾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환경, 오늘의 한국인들이 손수 만든 ‘우리 것’이다. 아름다운 한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산업을 이끌 관광청에 기대를 걸어본다.

강우현 그림동화작가 ‘탐나라공화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