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인천공항 근처에 ‘K컬처 박물관’ 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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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인천아카데미 이사장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인천아카데미 이사장

179개국이 가입한 국제박람회기구(BIE)는 최근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선정하면서 부산은 고배를 마셨다. 엑스포는 개최국의 성공적 면모를 보여주는 세계적 전시 행사로 5년마다 열린다. 1851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공동 개최한 ‘위대한 전시(Great Exhibition)’를 필두로 엑스포는 시대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됐다. 1851~1938년은 산업화, 1939~1987년은 문화 교류, 1988년~현재는 각국의 브랜드 전시다.

지난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에는 180개국이 참가하고 방문객 1800만 명이 찾았다.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는 121개국과 2200만 명,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는 192개국과 7300만 명,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는 145개국과 2200만 명이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2021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는 192개국이 참가하고 2400만 명이 방문했다.

문화 가치 살린 뮌헨과 노르망디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와 연계해
연 1000만 환승객 유치 기여할 것

독일 BMW 뮤지엄

독일 BMW 뮤지엄

비록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우리가 발상을 전환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이나 세계적 위상으로 볼 때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더라도 국익 차원의 성과가 불분명한 도전이었다. 둘째, 개최국의 경제·사회에 줄 수 있는 긍정적 파급 효과도 불명확하다. 자국민을 제외한 해외방문객 수에 대한 객관적 자료도 미흡하다. 셋째, 6개월 전시하고 허무는 엑스포는 투입된 자본 대비 소모성이 큰 보여주기식 이벤트다. 넷째, 자칫 국가 브랜드 전시보다 정치적 업적 쌓기 행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독일 뮌헨의 대표적 관광지로 BMW 뮤지엄(사진 위), 한국 출신 김민재 선수가 소속된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경기장(알리안츠 아레나·사진 아래)과 박물관이 있다. 1973년 문을 연 BMW 뮤지엄은 1940년부터 BMW가 생산한 자동차 엔진·터빈·소형비행기·오토바이 및 자동차 디자인 등 기술적 발전 단계와 역사를 소개한다. 무료입장인 ‘BMW Welt’에서는 생산 중인 자동차를 전시하고 홍보한다.

알리안츠 아레나

알리안츠 아레나

알리안츠 아레나는 외부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BMW 뮤지엄과 알리안츠 아레나의 관람료는 각각 10유로(약 1만4200원)와 25유로다. 이 두 곳에 각각 연간 50만 명과 350만 명이 방문한다. 2주간 열리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의 참석자 600만 명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콘텐트가 BMW 뮤지엄과 알리안츠 아레나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만 해도 80여 개의 박물관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한 계기가 된 1944년 연합군의 상륙작전으로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는 79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 그곳의 콘텐트는 수많은 생명을 잃은 전쟁의 기억이다. 뮌헨과 노르망디 등 유럽은 과거 문화유산이 최대의 브랜드 가치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현재와 미래에 핵심적 브랜드 가치가 있다.

세계의 많은 젊은이는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 여행을 고대한다. 그래서 K드라마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한국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고 있다. 필자는 이런 흐름을 국익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지속가능한 K컬처 박물관’ 건립을 제안한다. 인천공항을 거쳐 가는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체험하고 즐기게 하자는 취지다.

한국엔 많은 기회가 있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부산 엑스포 유치는 안타깝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기회였다. 반면 2027년 서울에서 열릴 ‘가톨릭 세계 청년대회’는 성공 가능한 좋은 기회다. 인천국제공항 환승객과의 만남도 특별한 기회다.

K컬처 박물관에 담을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삼성·LG·현대차 등 세계를 선도하는 K기술, 넷플릭스가 일등공신인 K영화, 모이는 곳마다 떼창한다는 K팝, 건강식 K푸드, 한국어 경연대회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풍부하다. 인천공항 근처는 부지 제공도 용이하다. K컬처 박물관을 업데이트해 연 1000만 명 환승객을 유치한다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비상하게 할 프로젝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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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인천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