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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되면 北 웃음?…새해 66개국 선거 치른다, 빅5 꼽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상 최대 선거의 해'로 꼽히는 2024년이 시작됐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올해는 한국(4월 총선)을 포함해 66개국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인 총 40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방글라데시 총선(1월 7일)을 시작으로 대만 총통선거(1월 13일), 러시아 대선(3월 15~17일), 인도 총선(4월), 미국 대선(11월 5일) 등 전 세계 정치·경제에 변화를 몰고 올 선거들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올해를 "민주주의의 슈퍼볼"(영국 가디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중 특히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를 묻자 국내 전문가 5명은 미국 대선과 함께 대만 총통선거, 러시아 대선, 유럽의회 선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을 꼽았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중앙포토

"대만 총통선거, 韓 반도체에 영향 줄 수도"

13일 치르는 대만 총통선거 결과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만 매체 미려도전자보의 조사 결과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0.2%, 28.7%로 나타났다. 대만은 인도·태평양에서 벌어지는 미·중 경쟁의 요충지이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친미 성향 라이 후보가 총통이 될 경우 대만을 둘러싼 현재와 같은 미중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에 대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충돌까지 불사하며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친중 성향의 허우 후보가 총통이 되면 대만을 이용한 미국의 대중 압박에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로 미중·양안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한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일관된 원칙과 입장을 수립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미중 패권 다툼 속 복잡한 상황의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강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 반도체가 대우받을 수 있는 확고한 기술력 확보와 유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 AP=연합뉴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 AP=연합뉴스

푸틴 연임 확실시…"북러 밀착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차에 열리는 러시아 대선에선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71)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전쟁, 대외관계 등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재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대해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인정 등 기존 조건을 내세우며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며,  특히 미국 대선 이후 본격적인 종전 협상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러 밀착이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 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을 이용해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원래 3월 31일 대선이 치러져야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극우 돌풍' 유럽, 규제 장벽 세우나 

유럽연합(EU)의 입법 기구인 유럽의회 선거(6월 6~9일)에선 극우 정당들의 대약진이 예상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불고 있는 극우 열풍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체 720석 중 87석(현재 59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 성향 정당들은 반유럽통합·반이민을 표방하며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때문에 유럽의회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이민자에 더욱 빗장을 걸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더뎌질 수 있다.

아울러 장 위원은 "유럽 내 공급망 강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유럽의회가 각종 규제 장벽을 높일 경우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선거는 27개 회원국에서 5년에 한 번씩 직접 선거로 치러진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포스트 기시다' 누구…"한미일 3각 공조에 변수"

"안갯속".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대체할 새 총리가 사실상 결정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도 없다는 설명이다.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취임 2년 2개월 만에 10%대로 추락한 상태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고노 다로 디지털상(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 중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극우 성향이 뚜렷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과거사 등 한일 관계에 진보적으로 알려졌다.

조 센터장은 "2023년엔 한미일 3각 협력이 강화됐지만 2024년 미국 대선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정치적 영향을 덜 받고 한미일 공조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시 대북 기조 변화 가능성" 

올해 세계 각국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미국의 대선이다. 현재로썬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대북·기후·무역 정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전 세계에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최근 그가 재집권하면 '북한 핵 동결'을 통해 대북 경제 제재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사실상 북한의 기존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만약 현실화한다면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론이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재집권 시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변화할 상황을 대비해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잘 다듬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보다 3배 이상 높은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바이든 2기가 출범할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한미일 3각 공조의 제도화·공고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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