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부 '육아 은퇴'시켰는데…에버랜드 "금슬 좋아 걱정" 왜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푸른 용의 해’라는 갑진년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소망과 함께 시작하는 1월 1일 아침 건곤(암컷·7)과 태호(수컷·7) 이 한국 호랑이 부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을 찾아 미리 만나 봤습니다.

한국 호랑이 부부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 떠났던 ‘사파리월드’로 4년 8개월 만인 지난 6월 다시 돌아왔어요. 사실 사파리월드는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부부가 2018년 1월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이주해 처음 정착한 곳입니다. 같은 해 10월쯤 부부의 연을 맺은 건곤이와 태호가 출산·육아를 위해 호랑이들만의 사육·보육시설인 ‘타이거밸리’로 분가했다가 귀향한 셈이죠.

실제 호랑이 부부는 2020년 2월엔 태범·무궁 남매 쌍둥이(경북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유학)를, 2021년 6월 다섯쌍둥이 새끼 호랑이 ‘아름(암컷)’, ‘다운(수컷)’, ‘우리(암컷)’, ‘나라(수컷)’ ‘강산(수컷·2022년 1월 죽음)’을 낳았어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막내 강산이를 뺀 네쌍둥이가 독립생활이 가능한 청소년으로 자랄 때까지 ‘타이거밸리’에서 함께 지내며 육아에 전념했죠. 새끼들이 만 2살이 되자 독립시키고 호랑이와 다른 동물들이 영역을 나눠 함께 지내는 ‘사파리월드’로 돌아온 겁니다.

육퇴한 건곤, 남편 태호와 사파리월드로 이사  

사파리월드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문인주(40) 사육사도 “두 호랑이의 거주지 이전은 ‘육퇴(육아 퇴직 또는 육아 은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호랑이 세계에서 암컷 호랑이는 출산 후 홀로 육아를 합니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인 만큼 2살이 된 새끼 호랑이는 사람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입니다. 체격도 어른 호랑이만큼 큼직해지죠. 그래서 야생의 호랑이도 2살 무렵이면 어미와 떨어져 독립생활을 합니다.

 2021년 출산한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2022년 1월 죽음)이와 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할 당시의 건곤이. 중앙포토

2021년 출산한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2022년 1월 죽음)이와 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할 당시의 건곤이. 중앙포토

호랑이 부부의 네쌍둥이 새끼들인 아름·다운·우리·나라도 현재 몸무게가 150~170㎏ 정도로 몸집이 어른 호랑이(200㎏ 이상)에 가까워졌습니다. 문 사육사는 “네쌍둥이가 성장하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져 사육 공간이 더 필요해졌다”며 “건곤이와 태호가 아이들에게 살던 곳(타이거월드)을 양보하고 예전에 살던 사파리월드로 돌아온 것으로 여겨달라”고 했습니다.
네쌍둥이의 독립생활은 암컷인 아름과 우리, 수컷인 다운과 나라로 나눠 타이거밸리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곤이와 태호 부부의 이사는 한때 논쟁으로도 번졌다고 합니다. 일부 시민들이 “오랫동안 새끼들과 지냈던 건곤과 태호가 다른 호랑이들이 사는 사파리월드로 옮겨지면 영역 다툼에서 밀려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죠.

그건 기우였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사파리월드(2만6000㎡)에 호랑이 부부를 위한 공간(726㎡)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건곤이와 태호는 이사 후 새로운 집 곳곳의 냄새를 맡고, 나무에 몸을 문지르면서 발톱으로 긁는 등 영역 표시를 하면서 금방 적응했습니다. 네 쌍둥이와 함께 살던 타이거밸리에서보다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고도 합니다.
지난 10월 말부터는 매주 월~금요일마다 사파리월드를 찾는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꼭 붙어있는 금실 좋은 부부, 얼굴 비비며 애정 표현도  

야생의 수컷 호랑이는 홀로 생활합니다. 자신의 영역에 암컷이 없으면 평생 혼자 살기도 합니다. 암컷을 만난다고 무조건 사랑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서로 싸워서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하지만 건곤이와 태호는 야생 호랑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사육사들의 중매(?)로 2018년 부부가 되자마자 사랑에 빠졌습니다. 2020년 2월 태범·무궁 남매를, 2021년엔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 오 남매를 연년생으로 낳았습니다. 2년 만에 7남매를 낳으며 왕성한 번식력을 입증한거죠.

이후 출산과 육아로 2년 동안 떨어져 지내던 부부는 건곤이의 육퇴와 사파리월드 이사를 시작으로 다시 살림을 합쳤습니다. 이곳에선 대부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제 2의 신혼을 즐기고 있습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식사와 취미 생활을 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태호는 야외보다는 실내 사육장에서 홀로 식사를 합니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건곤이는 식사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공 등을 던져주면 좋아서 뛰어다니는 태호와 달리 건곤이는 반신욕을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서로를 찾습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 첫번째)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사파리월드로 거처를 옮긴 한국 호랑이 부부 건곤(오른쪽 첫번째)과 태호. 건곤이의 출산과 육아로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사파리월드로 오면서 다시 한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이 호랑이 부부의 생활에 대해 “싸웠다가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는, 진짜 부부처럼 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호는 심심하면 건곤이를 앞발로 툭툭 건드리면서 장난을 겁니다. 건곤이가 “귀찮다”며 으르렁거려도 계속 건드리다가 성난 건곤이의 앞발에 맞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서로 멀찍히 떨어져 쳐다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너 없이 못 산다’며 뒹굴며 장난을 치고 얼굴을 비비는 등 애정행각을 벌입니다.

이 호랑이 부부의 금슬이 워낙 돈독한 탓에 에버랜드 동물원은 건곤이의 추가 임신을 막기 위해 피임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문 사육사는 “건곤이가 자연 포육 방식으로 연년생 새끼들을 돌보며 고생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육아 걱정 없이 태호와 함께 지금처럼 의지하면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