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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에도 "매출 127조"…무서운 화웨이의 더 무서운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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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화웨이가 2023년 매출이 7000억위안(약 127조28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화웨이가 2023년 매출이 7000억위안(약 127조28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로 타격을 입었던 화웨이가 매출액 7000억위안(약 127조28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전 매출액(2020년)의 78.5%까지 회복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체질을 변화시키고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기술 자립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화웨이는 내년에도 스마트폰뿐 아니라 AI·전기차 등 첨단 기술과 디바이스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켄 후 화웨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직원들에게 보낸 2024년 신년사 메시지에서 “수년간의 노력 끝에 우리는 폭풍우를 이겨냈고 정상 궤도에 거의 다 올랐다”라며 “2023년 매출이 7000억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2022년보다 약 9% 증가한 수치다.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가 만 1년을 넘어선 2020년 연매출 8914억위안(당시 약 152조33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8% 성장했지만, 그 이후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매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8% 줄었고, 2022년에는 미미하게 회복하는 선에서 그쳤었다. 그런데 2023년을 거치며 회복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후 회장은 “통신 인프라 사업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바이스 사업 부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왔다”라며 매출 견인 공신으로 디바이스 사업을 꼽았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였던 화웨이는 여전히 매출의 45%(2022년 기준)가 통신 인프라 사업에서 나오지만, 지난 8월 5G(세대) 통신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 메이트60 시리즈를 내놓으며 중국 내 프리미엄폰 시장을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해 전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1% 성장을 이끌었다.

중저가폰·전기차까지 출시

 지난 26일 화웨이는 싸이리스와 합작해 만든 고급 전기차 아이토 M9를 출시했다. 사진은 화웨이가 출시한 세단 AFP=연합뉴스

지난 26일 화웨이는 싸이리스와 합작해 만든 고급 전기차 아이토 M9를 출시했다. 사진은 화웨이가 출시한 세단 AFP=연합뉴스

화웨이의 디바이스 전략은 전기차 시장으로도 확산됐다. 지난 26일 화웨이는 싸이리스와 합작해 만든 고급 전기차 아이토 M9를 출시했다. 6인승 SUV로 가격은 46만9800위안(약8564만원)부터 시작한다. 앞서 출시했던 중형 M7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고급형 모델로 전기차 시장에서 양적 확대를 펼치려 한다. 지난달 기준 M9 사전 주문량은 3만3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날 화웨이는 중급형 스마트폰인 노바 시리즈(12, 12울트라, 12프로)도 출시했다. 가격은 2999위안(약 54만3000원)에서 5499위안(약 99만5000원)으로 메이트60의 하위 모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노바12 시리즈 출시 당일 온라인 사전 주문을 개시한 지 한 시간 만에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이외에도 화웨이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판구 3.0’ 등 AI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中 정부 등에 업고, 변신하는 화웨이

화웨이가 AI, 전기차를 비롯해 첨단 기술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에는 중국 정부가 펼치는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한해의 경제기조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2024년 9대 중점 업무 중 첫 번째는 ‘과학기술 혁신으로 현대화 산업체계 건설’이었다. 그 핵심 기술이 AI·바이오·상용항공·무인기·양자과학 등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가 아니면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여긴다”라며 “중국은 자체 기술을 확고하게 발전시켜서 미국의 기술 봉쇄를 극복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제재에 맞서는 중국 기업의 상징인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활용해 사업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년간 막대한 연구개발(R&D)를 쏟아부으며 통신 장비 위주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R&D에 썼다.  삼성전자가 11%(2023년 상반기 기준)를 투자하는 데 비하면 2배 이상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걸 잘 아는 미국이 화웨이를 가장 먼저 제재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화웨이의 기술 진화는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 회장도 신년사에서 “디지털화, 지능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컴퓨팅 능력 기반 구축할 것”이라며 기술 고도화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이트 60 시리즈에 탑재된 7나노 칩은 3년 전 출시된 제품과 유사한 성능에 불과해, 화웨이의 기술이 큰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라며 “하지만 화웨이가 중국 대리점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메모리 칩 재고를 얼마만큼 보유했는지 알수 없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이 출시될 경우 한국 제품이 탑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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