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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버텨낸 보람있네…삼성·LG의 '미운 오리' 역대급 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공개된 '하만 레디 케어' 모습. 하만과 삼성전자가 공동개발한 '레디 케어'는 카메라·레이더 등의 센서와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인지 수준을 측정하고 상태 변화를 파악해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공개된 '하만 레디 케어' 모습. 하만과 삼성전자가 공동개발한 '레디 케어'는 카메라·레이더 등의 센서와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인지 수준을 측정하고 상태 변화를 파악해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연합뉴스

전자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디바이스 수요 위축으로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한때 ‘미운 오리’로 불리던 사업들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백조’로 떠올랐다.

29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자회사인 하만과 LG전자의 VS(전장)사업본부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증권가는 하만의 매출이 14조2370억~14조7970억원, 영업이익은 1조1690억~1조22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만은 지난해 연 매출 13조2100억원에 영업이익 88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는데, 올해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17년 삼성전자의 품에 안긴 하만은 초기 영업이익이 600억원(2017년)에서 3200억원(2019년)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600억원까지 다시 내려앉았다.

하지만 6000억원(2021년), 8800억원(2022년)으로 다시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 영업이익(8300억원)이 이미 지난해 총 영업이익에 육박했다. 4분기에는 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예상대로라면 삼성전자 전체 매출 전망치의 5%, 영업이익 전망치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반도체·가전의 부진을 메우는 셈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가 선보인 디지털 콕핏 '베타'. 사진 LG전자

LG전자 VS사업본부가 선보인 디지털 콕핏 '베타'. 사진 LG전자

LG전자가 미래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VS사업본부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매출 10조1000억~10조2080억원, 영업이익은 1590억~19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3년 VS사업본부 출범 뒤 올해 첫 연간 매출 1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VS사업본부는 2015년 50억원 흑자를 낸 뒤 적자행진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16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8조64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LG전자 전체 매출(83조4695억원)에서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이엔드·시장 확대…전장사업 드라이브 

삼성과 LG는 전장사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하만은 하이엔드 차량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함께 운전자 행동감지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레디 케어’, 증강현실(AR) 등 시청각 정보로 주행에 도움을 주는 ‘레디 비전’ 등 솔루션도 속속 내놓으며 시너지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도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자회사인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3대 축 삼아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서도 LG전자의 차세대 모빌리티 비전을 담을 ‘알파블’ 콘셉트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열린 '유럽영상의학회 2023'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메디슨의 영상 진단 기기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지난 3월 열린 '유럽영상의학회 2023'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메디슨의 영상 진단 기기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메디슨도 올해 역대급 매출 예상

한편 삼성이 2011년 인수한 의료기기 계열사 삼성메디슨도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957억원, 영업이익 748억원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4851억원)의 81.6%, 영업이익(834억원)의 89.7%를 이미 달성한 것이다. 업계는 삼성메디슨도 올해 역대급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초기인 2013~2014년 1%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7.2%까지 높아졌다. 삼성메디슨 매출의 9할은 초음파기기가 차지하는데 글로벌 초음파기기 시장 점유율은 약 6% 수준이다. 회사는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LG가 10년 전 미래를 위해 심었던 씨앗이 주력사업 실적 부진 속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면서 최근 뜨는 전장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LG 역시 직접 전기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인버터·모터시스템·배터리 등을 생산하며 충분한 제조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파운드리’가 ‘모빌리티 파운드리’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내년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키우며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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