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까지 100여 일. 자신의 정치 생명은 물론 정당의 명운을 걸고 싸울 두 사람이 29일 만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대선 무렵에나 볼 법했던 대결이었는데, 3년여 앞당겨졌다.
둘의 자리였지만 둘만의 자리는 아니었다. 둘 뒤엔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는 백드롭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재했지만, 존재감은 강했다.
이재명 대 한동훈. 겉보기 구도다. 이 대표는 그러나 끊임없이 윤 대통령을 전장으로 끌어내려 할 것이다. 정권심판론을 위해서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앞에 서서, 자신이 내보일 미래를 봐달라고 할 것이다. 세대(운동권세력)교체론이다. 윤 대통령은 차기 권력의 공간을 어디까지 감내할지 고민할 것이다. 백드롭이 보여주듯,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일 것이다.
둘의 탐색전은 20분간 신중하게 진행됐다. 얼마 전까지 “중대범죄 혐의자” “검찰 독재” 등 거친 말이 오가던 것과 사뭇 달랐다. 전날 야당이 ‘쌍특검법(김건희·대장동)’을 강행처리했던 것까지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만남이었다.
이날 공식 업무를 시작한 한 위원장이 오후 4시쯤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이 대표는 웃으며 세 차례 손뼉과 함께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다른 점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공통점을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처음 뵈러 와서 대표님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도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민주당은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현안도 짚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을 두곤 “법무부 장관 이임식 때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는 말씀을 했다. 서민이 이태원참사 피해자분들”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강행처리한 전세사기특별법도 함께해 달라고 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인 한 위원장과 달리, 여당 측 배석자인 장동혁 사무총장 등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비공개 회동은 12분 정도였다. “선거제와 관련해 무용한 힘겨루기나 감정싸움을 하지 말고 신속하게 결정하자”는 한 위원장의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특검의 ‘ㅌ’도 나오지 않았다”(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고 한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 대표와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란 의견을 재차 밝혔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비록 윤 대통령이 아닌 한 위원장이었지만 대선의 승자와 패자가 조우하는,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보는 정치 장면이었다”며 “총선을 거치며 이런 투 샷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 등을 제외하곤 이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