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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핵보유 인정하고 통제해야” 美 전문가 제언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9일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에 따르면 CIA에서 코리아 임무센터 부국장보를 지냈던 이용석 선임연구원은 최근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를 비핵화에서 군비 통제와 감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핵 포기는 김씨 일가 자결하라는 것”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국과 국제사회는 규탄 성명, 추가 제재, 무력 사용 가능성 시사 등으로 항상 같은 대응을 해 왔지만 북한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며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주저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신중한 우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외교적인 해결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길은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정책의 초점을 비핵화에서 군비 통제와 감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북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폐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미국이 6자 회담에서 주장했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보다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김씨 일가에게 정권의 정통성을 포기하고 자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핵무기는 지난 70년 동안 북한 지도부의 유일한 가시적 성과”라며 “만약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김씨 3대의 군사적 지도력과 지금껏 북한 주민의 희생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인도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어” 

미국은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한 다른 나라의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과거 미국은 과거 이스라엘의 핵 개발을 용인했고,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늘리는 동안 미국으로부터 군사 자금 지원을 받았다.

특히 인도와는 민간 원자력 협력 합의를 맺어 사실상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했다.

핵 프로그램에 착수했다가 포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이 연구원은 “북한은 인도처럼 되기를 바라고, 미국은 북한이 남아공처럼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하며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상한을 설정하고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은의 핵실험, 중국의 제약 받기도”

북한이 지난 18일 장거리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발사훈련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함께했다. 뉴스1

북한이 지난 18일 장거리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발사훈련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함께했다. 뉴스1

한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에 대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해 초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지만, 핵실험은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보면 분명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압력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며 “북한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중국이 당분간은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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