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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도, 관리도 부실했다…행정망 먹통, 내년초 종합대책 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국가 관리 전산망 곳곳에서 잇단 장애가 발생한 원인을 민관이 합동 분석한 결과 전산망 장애에 대한 예방‧대응책 등이 미흡했고, 관리도 미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계 등에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민원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민원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 민간 전문가들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합동 주요시스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은 지난 11월 17일 전국 자치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 이어 잇따라 발생한 국가 전산망 시스템 마비 사태 원인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기능 오류에 미숙한 작업‧관리 등 원인

지난달 22일 주민등록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원인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할 때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고려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당시 모든 접속자에게 안내하는 공지사항을 올리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용량이 큰 콘텐트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에 민관은 관리자가 콘텐트를 등록할 때 용량에 유의하도록 하고, 시스템 기능도 보완하기로 했다.

한국조폐공사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11월 24일)는 관리자의 ‘미숙한 작업’이 장애 원인으로 분석됐다. 당시 조폐공사는 “정기적인 서비스 점검을 하던 중 작업자가 실수로 서버를 다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민관이 원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니 작업자가 시스템 환경설정을 다룰 때 실수로 저장장치와 서버 간 연결이 끊겨 장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합동 주요시스템 특별점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합동 주요시스템 특별점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방재정관리시스템 ‘e호조’(11월 29일)도 관리 과정이 문제가 됐다. 유지보수 업체가 점검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불량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장비를 시스템에 직접 연결한 탓에 침입방지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구축해 둔 이중화 장비가 가동돼 장애 상황은 15분 남짓에 그쳤다. 민관은 신규 장비로 교체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도 11월 23일과 지난 12일 두 차례 접속 장애가 있었다. 나라장터는 입찰 참가 기관이 몰리는 시간인 오전 9시와 10시 사이에 접속량이 증가하면서 시스템이 버티지 못했다. 이에 민관은 더 많은 동시 접속자를 시스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웹서버를 늘렸다.

해킹 징후 없다지만…대응 제도 미흡해

외부 해킹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정예 요원을 투입해 면밀하게 점검을 했다”며 “(장애가 발생한) 시스템 모두 내부에서 악의적 행위나 외부로부터 해킹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23일 발생한 나라장터 사이트 장애는 해외 특정 IP(인터넷상 위치정보) 공격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국제 공조를 통한 추적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애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공공기관은 전자정부법 및 국가정보보안 기본지침 등에 따라 장애‧재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 및 ‘국가 사이버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선 정보시스템 장애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민간전문가로 점검에 참여한 류재철 충남대 교수는 “IT(정보통신 기술) 의존도가 많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장애를 위기관리 차원에서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짚었다.

훈련도 미흡했다. 이번 점검 대상에 포함된 공공서비스 35개 중 3~4개는 실제 상황 발생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실시했다고 한다. 재해‧재난에 대비한 복구 시스템 구축도 일부는 미흡한 곳이 있어 개선 필요성이 대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로 마비됐던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로 마비됐던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 오는 1월 종합대책 발표 예정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행정전산망 범정부 대책 태스크포스(TF)’는 이번 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을 포함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1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수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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