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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빚, GDP 대비 124% '최대'…한은 "부동산·건설에 쏠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종한 금융리스크분석부장(왼쪽부터),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종한 금융리스크분석부장(왼쪽부터),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진 빚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일부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기업 신용 비율은 124%를 나타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선진국(88.8%)이나 신흥국(108.6%) 수치를 크게 웃돈다. 3분기 추정치는 125.6%에 이른다. 기업 신용이 늘어나면서 가계와 기업 빚을 합친 민간신용의 명목 GDP 대비 비율도 3분기 말 2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신용이 급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이 늘면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올 3분기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75조7000억원, 건설업 대출 잔액은 44조3000억원 늘었다. 당시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가 맞물리면서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부동산 PF 등을 대거 일으킨 영향이다. 부동산 PF는 아파트 건설 등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보고 빌려주는 대출인데,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던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134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은행(0%)과 보험사(1.1%)에선 낮게 나타났지만, 저축은행(5.6%)‧여신금융전문회사(4.4%)‧상호금융(4.2%)에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5%포인트‧2.2%포인트‧4.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은 13.9%로 전 분기(17.3%)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전년(10.4%)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높은 시장금리 수준이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유지되거나 부동산 PF 부실이 증가할 경우, 증권사와 여전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 3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2조2000억원) 대비 줄었지만 중소형사의 고정이하(부실) 비율은 2.5%로 전년(0.5%) 대비 급등한 상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신속하고 질서 있는 ‘옥석 가리기’가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한은은 “정책당국이 사업성을 재평가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면서도, 계속 사업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해선 자산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봤다. 또 “부동산 PF 등 특정 부문으로 기업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대주단(대출해준 금융사 단체) 사이 협약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부동산 PF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지금은 여러 자금조달 수단이 활용되면서 수많은 금융기관이 얽혀 조금씩 리스크를 나눠 가진 상황”이라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특정 금융기관 섹터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렬 부총재보도 “만에 하나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한은도 정부와 잘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19.3(주의단계)으로 집계돼 10월(18.4)에 비해 높아졌다. 한은은 “2022년 하반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연체율이 오르면서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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