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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3번째 조사 앞두고 비공개 소환 요청…경찰이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배우 이선균(48)씨가 3번째 조사를 앞두고 경찰에 비공개 소환 요청을 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씨는 3차례 포토라인 앞에 서야 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19시간에 걸친 경찰조사를 마치고 지난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19시간에 걸친 경찰조사를 마치고 지난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를 받은 이씨는 지난 10월 28일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1주일 뒤 2차 소환 조사 때도 수많은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이씨는 3차 소환일이 지난 23일로 잡히자 경찰에 비공개 소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씨 변호인은 소환일 전날인 22일 "(이씨가 유명인이긴 해도) 경찰이 이미 2차례나 공개 소환을 했다"며 "이번에는 비공개로 소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 변호인이 비공개 소환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요청하면 받아주겠다"고 한 인천경찰청 관계자의 말과 상반된다.

이후에도 이씨 변호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비공개로 소환해 달라고 재차 강하게 요청했지만, 경찰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방송 기자들이 공개 소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기자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괜히 비공개로 소환했다가 이씨가 (숨어서 들어가는 것처럼) 영상이나 사진이 찍히면 오히려 피의자에게 더 손해"라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이씨는 23일 세 번째 조사 출석을 위해 또다시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뒤 새벽 귀가한 이씨는 지난 26일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경찰에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 변호인은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언론에 노출되는 공개 소환 방식에 응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입장 표명한 익일인 27일 이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먼저 일정 공개한 것 없다"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는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원칙적으로 어긋난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 수사 과정의 촬영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불가피하게 촬영이나 녹화될 경우에는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경찰의 비공개 소환 거부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씨 소환 조사 과정에서도 거론됐다. 유씨 측은 지난 5월 2차 소환을 앞두고 "비공개 소환 원칙에 맞게 다른 경로로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또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사건관계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언론 등과 접촉을 하게 해서는 안 되며 그런 접촉을 권유하거나 유도해서도 안 된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비공개 소환을 요청하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에 따라 유명 연예인이나 고위 공직자 등 주목도가 높은 사건관계인은 종종 검찰청 조사실에 들어간 뒤 소환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경우가 있다.

이번 비공개 소환 거부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비공개 소환이 원칙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이씨 소환 일정을 경찰이 먼저 공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3차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으로부터 비공개 요청을 받았다"면서도 "(그럼에도 공개 소환한 것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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