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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07) 강호(江湖)에 겨울이 드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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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강호(江湖)에 겨울이 드니
맹사성(1360∼1438)

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비껴 쓰고 누역으로 옷을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병와가곡집

새해는 세상이 평화롭기를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은 고려 공민왕 9년에 태어나 우왕 12년에 문과에 급제했다. 그는 청백리였으며 예악에 밝았고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받았던 조선 초의 문신이다.

세상이 겨울에 드니 쌓인 눈이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로 덧옷을 삼는다. 이 늙은 몸이 춥지 않음도 임금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그가 노년을 보낸 때는 조선조 최고의 성군인 세종 때였다. 역성혁명의 피바람을 목격했지만, 새 나라가 안정을 찾고 어진 임금 아래서 천하가 평화로운 것을 보는 노 재상의 감사해 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온다. 이 시조는 고불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중의 겨울 편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풀려 무척 분주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질병의 역습과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으로 세상은 어지럽다. 새해는 부디 포성이 멎고 세상이 평화롭기를……. 그리하여 인류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게 되기를…….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