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강식 검사야" 영화 주인공 사칭 그놈들…29억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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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 ‘한강식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지 4년 만에 붙잡혔다.

27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중국 대련, 청도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하며 피해자 5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가로챈 일당 2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명은 구속 기소됐다. 합수단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7명의 총책 및 조직원을 수배 중이다.

김수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27일 오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중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결과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2018년 1억 6170만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돼 2019년 수사기관에 의해 조직원 일부가 체포됐으나 당시에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추후 합수단에 수사 의뢰가 다시 들어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피싱 조직은 ‘문성’이란 가명을 사용하는 40대 총책(범행 당시 30대 후반)이 같은 지역 출신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면서 결성됐다. 이들은 분업체계를 갖춰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4세대형 조직범죄 단체’로 구분된다.

일당은 마치 쇼핑몰에서 결제가 이뤄진 것처럼 미끼 문자를 보내 콜센터 상담원인 척 다른 번호로 안내하고, 경찰을 사칭한 조직원이 ‘강수강발(강제수신, 강제발신으로 전화를 낚아채는 수법)’ 악성 앱을 깔게 유도했다. 이후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한강식 검사’를 사칭해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있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전부 보내라”고 종용했다.

합수단은 올해 4월부터 조직원들의 출입국 내역과 인터넷 주소(IP), 범죄계좌 등을 추적해 조직원을 전원 특정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조직원 일부를 검거, 구속하기 시작해 이달 27일까지 총 19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총책 및 해외 체류 공범은 추적 중이다. 해외에 있는 총책은 국제공조를 통해 국내 송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조직원이 취득한 범죄수익 5억7000만원은 환수보전 조치했다. 합수단은 일당의 추가 재산도 파악해 환수할 예정이다.

합수단은 지난해 7월 검찰과 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이 유관기관이 힘을 합쳐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 피해복구까지 원스톱으로 전개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수민 단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로맨스 스캠, 택배 해외 발송 등을 사칭한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의심스러운 연락이 오면 가급적 끊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