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등록금 인상한도 5.6%에도…"4월 부담" 대학은 눈치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정부가 내년 대학 등록금 인상률 한도를 5.64%로 정했다. 인상 한도와 연계된 물가상승률이 연이어 오르면서 2011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실제로 등록금을 올릴 대학이 얼마나 나올 지는 미지수다. 모집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학생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상을 막으려는 정부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 등록금 인상 한도, 5%로 훌쩍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6일 교육부는 2024학년도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과 법정 한도를 공고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도 인상 한도인 5.64%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선을 공고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높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를 기록했고 올해는 3.7%였다.

등록금 인상률 한도는 도입 첫 해 2011년 5.1%를 기록한 뒤 2017년 1.5%로 떨어졌다. 이후 2021년 1.2%까지 하락했다가 2022년 1.65%, 2023년 4.05%로 오르는 추세였다.

하지만 인상률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다. 정부가 꾸준히 압박을 가해왔고,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인상률 한도가 '그림의 떡'이라는 말도 나왔다.

등록금 법정 한도 공고. 교육부

등록금 법정 한도 공고. 교육부

하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인상 한도가 2023년 4.05%까지 오르자 등록금 인상 유인이 커졌다.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으로 들어오는 재원을 택하는 대학이 등장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동아대 등 17곳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내년은 이보다 더 인상률 한도가 높아지면서 등록금 인상 러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6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41.7%(35명)가 “2024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2025년 이후 인상하겠다는 총장도 28.6%(24명)에 달했다. 10개 대학 중 7곳이 향후 2년 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학가에서는 15년 가까이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올릴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사립대의 학생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756만9000원으로 2011년 대비 1.5%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19.8% 인하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공립대 등록금도 420만3000원으로 2.7%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0.8% 떨어졌다.

학령인구 감소·내년 총선이 동결 요인

등록금 인상 반대 대학생 공동행동,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10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인상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11.04 대학생 행동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등록금 인상 반대 대학생 공동행동,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10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인상 인식조사 결과 발표 및 11.04 대학생 행동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시기상 등록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총선이다. 선거를 앞두고 등록금 인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분위기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가뜩이나 공공요금이 올라 서민 형편이 어려운데 등록금까지 올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 역시 “시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총선까지 등록금 규제 완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학생 수 감소로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부담스럽다. 대교협 관계자는 “지방대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쥐어주며 학생을 데려와야 하는 형국인데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겠나”고 말했다. 한 서울 사립대학 총장은 “교육부가 등록금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학생들이 포함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인상안을 통과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총선 결과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등록금 인상을 검토했던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총장들끼리 모이면 등록금 인상을 위해 연대하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정작 앞장서기는 다들 부담스러워 한다”며 “내년 4월 총선까지는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사립대 총장은 “교육부에서 대학에 주는 돈이 생각보다 많다. 등록금을 인상해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 해도 교육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