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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친은 6살 연상녀"…北 길거리 애정 표현에 얼굴 벌게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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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앞 북한 주민들의 모습. 뉴스1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앞 북한 주민들의 모습. 뉴스1

북한에서 ‘연상연하’ 커플(여성이 남성보다 연장자인 커플)이 유행하고 길거리에서는 입맞춤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청년층에서 자유분방한 연애가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사상단속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후문이다.

데일리NK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각 시‧군당은 최근 연말을 맞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12)’과 ‘청년교양보장법(2021.8)’, ‘평양문화보호법(2023.1)’ 등을 채택하고 한국 문화를 포함한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류 문화의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오빠’, ‘사랑해’, ‘남친’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남조선 말투나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신고하라”면서 언어 단속에도 열중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남한 영상물 시청 단속도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북한의 한 30대 청년이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2017)을 몰래 시청하다가 체포되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화소나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청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자유로운 행동 방식을 선호하고 따라 하려는 북한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평양 시내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 중앙포토

평양 시내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 중앙포토

연상연하 OK…“결혼 안 해도 된다”는 청년도 늘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의 ‘반항’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연애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지나다가 입맞춤하는 젊은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길에서 입맞춤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처음에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당황했는데 이제는 ‘젊은이들이 우리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난 것도 자유분방한 문화를 추구하는 북한 청년층의 한 단면이다.

북한 청년 A씨는 데일리NK 인터뷰에서 “남조선이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면 결혼도 하는데 왜 우리는 연상의 여성과 연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던 6살 연상의 누나가 여자로 보이면서 연인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양가 부모님들이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며 온갖 욕설을 퍼붓고 만남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양가에서 A씨와 연상 연인의 연애를 인정하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예전에는 30살까지 결혼 못 한 처녀를 찾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여자든 남자든 30대에도 결혼 생각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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