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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서 뽑은 실크단백질, ‘인공판막’ 새길 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정세용(左), 홍진기(右)

정세용(左), 홍진기(右)

나방의 유충인 누에에서 추출한 천연 단백질로 심장 인공 판막을 만들 가능성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누에 단백질 판막은 기존 금속이나 동물 조직으로 만든 판막에 비해 기능과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천연 단백질 실크 피브로인(silk fibroin)을 심장판막질환 환자를 위한 인공 판막 제작에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실크 피브로인은 누에가 만드는 질긴 실을 구성하는 섬유 형태의 단백질로, 무색·무취하며 인체에 무해하다.

현재 인공 판막은 금속으로 만든 기계 판막과 소나 돼지 등 동물의 판막으로 만든 동물 조직 판막이 사용되고 있다. 기계 판막은 혈전이 잘 발생하기 때문에 피가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 요법을 평생 받아야 하고 출혈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도 크다. 동물 조직 판막은 판막 기능 부전(저하)이 발생할 위험 때문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연구팀은 누에의 실크 피브로인으로 심장판막 모양을 만든 뒤 성능을 평가했다. 인공 판막에 실제 심장 박동과 비슷한 압력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구성을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천연 실크로 만든 판막에 비해 강도가 13.8배, 탄성도가 10.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박동 테스트 결과 일반적인 수축기 혈압 범위인 60-180㎜Hg를 넘어서는 압력에서도 판막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혈액 적합성 검사에서도 혈전(피떡) 형성, 석회화 등 혈류를 방해할 만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세용 교수는 “후속 실험을 통해 반복적인 수술 등으로 고통받는 판막 질환 환자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며 “동물을 기반으로 하는 판막 제작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0) 최신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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