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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부채비율 비기축통화국 13개국 중 4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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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다. 그런데도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61조4000억원 증가할 예정이다. 증가율을 최소화하더라도 큰 폭의 적자가 계속되는 구조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비율은 53.5%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3개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5년 전만 해도 7위였다.

22일 IMF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에 해당하는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한국보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건 싱가포르·아이슬란드·이스라엘뿐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40.1%였다. 스위스(41.8%), 호주(41.2%), 스웨덴(40.7%)보다 부채비율이 낮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한국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다른 나라 역시 지출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늘긴 했으나 한국만큼은 아니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이후 재정을 정상화하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호주는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2020년 57.2%까지 늘었다가 2년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50.7%까지 축소했다. 미국 역시 2021년까지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가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다시 축소 기조로 돌아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2028년이면 한국은 아이슬란드와 이스라엘까지 앞질러 부채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비기축통화국이 된다. IMF는 비기축통화국 대부분이 부채 수준을 줄여가는 것과 반대로 한국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복지와 연금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재정엔 악조건이다.

미국과 영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지난해 각각 121.3%, 101.9%로 모두 100%를 넘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미 달러와 영국 파운드를 찍어내는 대표적인 기축통화국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한 결과 기축통화국은 97.8~114%에 달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은 37.9~38.7%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도(국채를 발행해도) 수요가 많지만, 비기축통화국은 재정 안정성이 떨어졌을 때 국채를 팔 수가 없다”며 “한국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특성상 비기축통화국 내에서도 GDP 대비 부채비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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