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밤 부인 술에 데이트 강간 약물"… 英 내무장관 충격 발언

영국 정부의 장관이 부인에게 ‘데이트 강간’ 약물을 준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선데이 미러는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부 장관은 이달 17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행사의 여성 참석자들에게 “매일 밤 부인의 술에 아주 작은 양의 로히프놀을 넣는다”며 “아주 조금만 넣는다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농담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공관에서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레벌리 장관은 또 “오랜 결혼생활의 비결은 더 나은 남자가 있다는 것을 결코 깨닫지 못하도록 항상 약하게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시 행사에는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정치부 기자 등이 참석했다.

로히프놀은 대표적인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신경 억제제다.

심지어 클레벌리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한 날은 내무부가 다른 사람에 술에 약물을 타는 범죄 ‘스파이킹(spiking)’ 대응 강화를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당시 내무부 보도자료에서 클레벌리 장관은 “스파이킹은 심각한 범죄”라며 “여성과 소녀가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무장관으로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통상 총리 공관 리셉션 행사에서 오가는 대화는 비보도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선데이 미러는 내무장관의 역할과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클레벌리 장관의 발언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클레벌리 장관 대변인은 “사적인 대화로 이해한 상황에서 분명히 아이러니한 농담을 했으며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의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에 대처하는 내무장관이 이런 농담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는 그가 어떻게 그가 사악한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여성인권단체인 포셋 소사이어티(The Fawcett Society)는 클레벌리 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