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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닌 주단위로…'연장근로시간 계산' 정부 해석 뒤집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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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붙은 취업 공고의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붙은 취업 공고의 모습. 뉴스1

대법원이 ‘1주간 연장근로시간 계산’과 관련해 노동당국의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파급력이 커질 전망이다. 기존에 당국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던 사건들의 결론이 앞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법원 “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돼”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핵심은 ‘주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1주 총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을 빼는 방식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쉽게 말해 하루 초과하는 근로시간과 상관 없이, 1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만 않으면 위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는 고용부가 유지해온 행정해석과 상반된다. 고용부가 2018년 5월 발표한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 나온 예시를 살펴보면, 고용부는 1일 15시간씩 1주에 3일 근무해 1주 총근로시간이 45시간인 경우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1주 3일 하루 7시간씩 초과근무를 했으므로 총 연장근로시간(21시간)이 주 한도(12시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1일 법정근로시간(8시간)에서 하루하루 발생하는 초과시간의 합계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 위법이 아니게 된다. 주 총근로시간이 45시간이므로 1주 52시간 기준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법원은 연장근로시간을 21시간이 아닌 ‘5시간’(주 총근로시간 45시간-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으로 보는 것이다. 고용부 해석과 달리 일일 초과시간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주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 조항이)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고용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그동안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은 고용부 행정해석에 따라 근로시간 위반 사건을 처리해왔는데, 대법원 판례가 다른 방향으로 확립된 이상 해석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52시간 도입 이전부터 수십년간 유지되어온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행정해석이었던 만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검토 중”이라며 “(위 예시와 같은) 교대제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악용하면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늘어나는 등 불리해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과 현장 노사 의견을 듣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맞는 판결”vs“몰아치기 노동 가능”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행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 규정은 ‘1주 40시간’이 제1원칙이기 때문에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는 법문을 정확하게 해석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형사처벌에 관한 문제인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게 명확히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규정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규정

재계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교대 근무제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인데, 이번 판결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연장 근로 형벌 책임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근로자는 연장 근로 수장이 그대로 남아 소득 측면에서 손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과도한 집중노동이 가능하도록 우회로를 열어줬다는 반발이 나온다. 사업주들에게 ‘몰아서 일을 시켜도 문제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1일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그동안 현장에 자리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주 상한제·근로일간 휴식 등 휴식권 강화 필요”

이에 하루 근로시간 상한이나 근로일간 연속휴식 의무 등 건강권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박성우 노무사는 “대법원 판례와 별도로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상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판례대로면 밤샘 연장근로가 가능한 만큼 휴식권 의무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도 “유럽과 같이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거나 하루 근로시간 상한을 도입하는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동시에 연장근로 방식의 자율적 선택권을 넓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는 정부도 건강권 보호 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13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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