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물가 ‘3년차 경제 성적’ 트럼프에 뒤진 바이든, 지지율 40% 붕괴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 언론들이 전·현 정부의 경제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3일 트럼프 행정부 4년과 바이든 행정부 3년 동안 기록한 12개 분야의 경제 성과를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22%를 보이며 14%였던 트럼프 때의 기록을 넘어섰다. 또 일자리 창출과 낮은 실업률 등에서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에 트럼프 정부는 저물가·저금리·저유가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3저(低) 기조’를 유지하며 해당 분야에서 ‘3고(高) 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와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WP는 “바이든 재임 기간에 경제 분야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 심리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WP는 특히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 “현재 미국인들이 느끼는 우울함의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집권 4년 내내 갤런(약 3.79L)당 2달러대 초·중반에서 움직이던 휘발유 가격은 바이든 정부 들어 치솟아 지난해 6월 5달러 선에 근접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3.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와 금리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 내내 1~2% 사이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바이든 정부 들어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현재 3%를 웃돌고 있다. 또 지난 정부 때 제로에 수렴했던 금리 역시 바이든 정부 들어 현재 5.33%를 기록 중이다.

이 여파로 지난 22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9%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1979년 3년 차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래 44년 만에 처음으로 40%를 밑도는 수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핵심 참모 모임에서 “경제 성장과 실업률 감소 등 성과들이 나오는데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2일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달보다 0.1% 하락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앤 슈 미시간대 교수를 인용해 “소비자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완화가 지속될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며 “만약 내년 1월 조사에서도 낙관론이 나타나면 소비자들이 ‘모퉁이를 돌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