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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윤 대통령과 차별화…한동훈호 성패 달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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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01면

정치평론가 4인이 본 ‘국힘 비대위’ 과제

내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29일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활동은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개시한다고 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2일 서울 모처에서 비대위 인선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 숙고에 들어갔다. 현재로썬 ‘26일 비대위원장 취임→29일 비대위원 인선 완료→1월 1일 공식활동 개시’로 가닥을 잡았다. 친윤 성향의 재선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는 향후 파격적 행보를 통해 쇄신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1973년생의 여의도 경험이 전무한 여당 비대위원장의 등장은, 극적 전개가 일상화된 한국 정치에서도 도드라진 등장이다. 김종인·주호영·정진석 등 그간 면면에서 알 수 있듯, 비대위원장은 여의도에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인물들이 맡곤 했다. 한 전 장관은 여의도 경험은 고사하고, 정무직 경험도 20개월(법무부 장관)에 불과하다.

과거 정치 문법이라면 한 전 장관은 화려하게 주목받지만, 부담은 덜한 자리를 맡으며 정치권에 데뷔했을 것이다. 선거대책위원장이 한 예다. 이번엔 사실상 선거 참패의 예감에 떠는 여당의 수장으로 데뷔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를 이끈 김종인 전 위원장이 “너무 빠른 등장”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분명한 건 그의 등장이 달라진 한국 정치를 반영하지만, 그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정치가 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가 수년간 선거 분석을 해온 정치평론가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의 숙제와 가능성,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과제 등을 물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종훈 정치평론가 등 4명이다.

이들은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과제로 우선 당정, 즉 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를 꼽았다. 한 전 장관이 ‘할 말은 하는 비대위원장’이 돼야 총선 공천이나 정책공약 입안 과정에서 민심을 역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 전 장관이 용산과 어디까지 차별화할 수 있는지, ‘한 전 장관을 아낀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 관건이란 의미다. 둘 사이 어느 정도 긴장은 필연적일 것이다.

윤태곤 실장은 “현재처럼 종속적인 당정관계가 지속하면, 어떤 쇄신 인사를 공천해도 유권자는 ‘결국 대통령실에서 꽂은 인물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한 전 장관이 중립적인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털고 가야…야당과 협상 필요

이종훈 평론가도 “한 전 장관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힘에 대한 ‘용산출장소’라는 시각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라며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당에선 무공천 기류가 있었지만 결국엔 관철 못 했지 않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 총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립 강한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에 휘둘리지 않고 필요할 땐 다른 모습을 보여야 유권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강행 처리할 예정인 ‘김건희 특검법’은 한 전 장관이 마주한 1차 관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 전 장관이 ‘특검 반대’만을 외쳐서는 여론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원 대표는 “한 전 장관이 대통령실을 설득해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거나, 야당과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총선 후 수사’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지면 식물 정권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리스크를 한번 털고 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동원, 엄경영, 윤태곤, 이종훈(왼쪽부터 순서대로)

박동원, 엄경영, 윤태곤, 이종훈(왼쪽부터 순서대로)

엄경영 소장은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별다른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특검을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며 “그러면 오히려 야당이 무리하게 특검을 추진했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도 있으니 한 전 장관이 쿨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종훈 평론가는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는 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배신으로 보일 텐데 어떻게 한 전 장관이 특검법을 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전 장관은 해당 특검법을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한 전 장관은 적어도 대선과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을 찍었던 유권자연합을 복구해야 할 과제도 있다. 2030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 그리고 중도파다. 전자의 핵심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시사한 상황이다. 한 전 장관이 그를 포용할 경우, 2030 이탈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종훈 평론가는 “한 전 장관이 대통령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이준석계 등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전 장관의 중도 확장 여부가 총선 승리의 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소장은 “중도층은 신선한 인물인 한 전 장관에 대해선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한 전 장관이 중도지향형 메시지를 내면 중도가 여권 지지로 돌아설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동원 대표는 “과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과 다투는 모습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절제된 언어를 써야 중도층이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이 정권심판 선거가 되면 여권에 불리하다. 국민의힘으로선 ‘한동훈’이란 미래 권력의 얼굴로 선거를 치르고 싶어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경험이 있다. 그럴수록 민주당은 한 전 장관을 “윤석열의 아바타”(양이원영 의원), “전두환의 장세동”(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라고 공격할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투표 성격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여권이 야권보다 이슈를 주도하게 된 점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윤태곤 실장은 “만약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한동훈계’가 형성되면서 차기 대선 도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번 총선이 ‘한동훈 대 이재명’ 대결 구도가 된 점은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엄경영 소장은 “한 전 장관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정의’라는 이미지를 얻었다”며 “그런 그가 당의 전면에 서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제기하면 국민도 크게 호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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