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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가운 간병비 대책, 문제는 실행전략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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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30면

‘간병지옥’ 고통에 과감한 메스 평가할 만

윤 정부 국정과제, 이재명 대표 1호 공약

재원 및 인력 등 꼼꼼한 후속책 뒤따라야

정부가 간병비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놨다. 간호인력이 간호·간병을 책임지는 통합 병동을 늘리고 요양병원의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퇴원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의료·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가족의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려는 첫 시도여서 반갑기 그지없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간병비 부담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 새 연평균 6.3%씩 가파르게 올랐다. 간병의 96%는 가족이 떠안는다(나머지는 간병인 고용). 하루 생산성 손실액이 11만4830원이다. 게다가 간병 책임을 두고 동기간에 등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다. 몸과 마음이 골병든다. 유급 간병인을 쓰면 월 60만~365만원이 든다. 요양병원 평균 입원기간이 5.3개월이다. 1년 넘는 환자도 수두룩하다. 간병비에 녹아날 수밖에 없다. ‘간병 지옥’임이 분명하다. 이럴진대 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이면 뭐 하나.

선진국은 병원의 간호진이 간병을 책임진다. 대신 입원료가 비싸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해 싸게 입원하는 대신 가족에게 간병을 떠안겼다. 의료인이 아닌 이가 병실을 마구 드나드는 기묘한 상황이 됐다. 감염에도 매우 취약하다. 간병 해법을 찾기 위해 20년 간 갖가지 꾀를 냈지만 묘안을 찾지 못했다. 2015년 시행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그나마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이 병동에 입원하면 간호·간병료가 2만원(상급종합병원 기준)도 안 된다. 하지만 병원들이 경증환자를 여기에 넣고 중증은 가족 간병으로 돌린다. 대신 높은 수가를 챙긴다.

이번에 75개 대형병원에 치매 등의 중증환자를 전담하는 통합병실을 만들고, 중증이 많을수록 수가 보상을 확대하며, 내년부터 종합병원의 통합병동 통째 전환을 유도한다. 환자 가려받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6년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원하면 통째로 통합병동으로 전환한다. 향후 4년 170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다만 숙련된 간호 인력 구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상황을 보며 진행해야 한다.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에 손대는 점은 더 평가할 만하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국동포 간병인이 병실 한켠에 간이침대에서 숙식하며 6~7인 공동 간병을 하는 데가 많다. 월 간병비가 60만원 넘는다. 2인 간병을 하면 180만원이 든다. 질도 떨어진다. 정부는 2년 반 시범사업 후에 2027년 모든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 완화에 나선다. 건강보험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환자로 분류되는 5.3%(약 2만5000명)가 적용 대상이다. 병원이 집인양 사는 ‘사회적 환자’ 줄이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참에 반드시 요양병원 구조조정이 같이 가야 한다.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1배에 달한다. 중환자나 치매전문 등으로 재편하고 요양시설이나 회복기병원으로 바꿔야 한다. 안 그러면 건보 재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간병비 부담이 낮아지면 입원을 부를 수도 있으니 퇴원환자·재택환자 서비스를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 간호·간병 인력 전문화를 위해 전문대가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돌봄인력을 도입한다는데, 속도전이 중요하다.

간병 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필요하면 건보료 좀더 내자고 설득해야 한다. 간병비 해결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호 총선 공약이다. 모처럼 ‘정책 궁합’이 맞다. 정부도 야당에 충분히 설명해서 빈틈없이 실행 전략을 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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