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수퍼리그 ‘광풍’ 되살아나나…유럽 법원 “UEFA 지위 남용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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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직후 유럽 수퍼리그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총재. 라리가 소속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유럽 수퍼리그 창설에 긍정적이다. EPA=연합뉴스

유럽축구연맹(UEFA) 주도의 기존 클럽축구 질서를 대체할 새 리그 창설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참여 자격을 갖춘 대부분의 유럽 빅클럽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21일(한국시간) “UEFA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산하 유럽 축구클럽의 유럽 수퍼리그(가칭) 참여를 금지한 결정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9년 유럽 수퍼리그가 창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주관하는 UEFA가 해당 과정을 방해한 게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유럽 수퍼리그 창설을 주도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AP=연합뉴스

2019년 당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을 중심으로 유럽 클럽축구를 대표하는 약 20개의 빅 클럽이 UEFA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자적인 리그(유럽 수퍼리그)를 창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참가 팀들이 100억 유로(14조3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실제로 세계적인 투자회사 JP모건이 60억 달러(7조8400억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1955년부터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운영해 온 UEFA가 FIFA와 손잡고 이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 수퍼리그에 참여하는 클럽과 선수에게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회는 물론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등 국가대항전 출전 자격까지 박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부작용을 우려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유럽 수퍼리그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리그 출범 관련 노력이 중단됐다.

지난 2021년 유럽 수퍼리그 창설 움직임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첼시 팬들. AP=연합뉴스

유럽사법재판소는 “리그 참여에 따른 승인, 통제 및 제재에 관한 규칙은 서비스 제공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럽 수퍼리그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할 지에 대해 참여할 클럽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는 “우리의 판결은 클럽의 결정권을 보장하라는 의미일 뿐, 유럽 수퍼리그가 반드시 승인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유럽 수퍼리그 창설을 주도한 페레스 레알 회장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유럽 수퍼리그가 창설될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선언한 상태다.

반면 나머지 리그와 클럽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해당 판결이 나오자마자 “유럽 수퍼리그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줄줄이 공식 성명을 냈다. UEFA는 “해당 판결은 클럽의 선택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일 뿐, 유럽 수퍼리그에 대한 승인이나 검증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