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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우진의 돈의 세계

따뜻·시원한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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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추위 대피소, 추위 녹이소, 동장군 대피소, 따숨소, 온기 충전소, 온기 누리소, 마포 온기마루, 영등포근포근방, 서리풀 이글루, 용산 품에.

겨울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버스승강장에 바람막이를 세워둔다. 서울 여러 구의 바람막이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센스 만점인 명칭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민을 따뜻하게 해주려는 마음이겠다.

추워질수록 바람막이보다 인기를 끄는 시설이 있다. 온열 의자다. 이 제품을 제조·설치하는 업체들은 대개 열선 대신 ‘나노탄소 면상발열체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힌다. 온열 의자는 바람막이보다 더 전국적으로 들어섰다. 체육시설, 산책로, 공원 등에도 설치됐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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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기능도 갖춘 온열 의자도 전국 곳곳에 있다. 그런 온열·냉각 의자 바닥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라는 문장을 볼 수도 있다. 가만있자. 열선이든 나노탄소 면상발열체든, 전류-발열 현상은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동일 기기가 같은 면으로 발열도 하고 냉각도 할 수 있나? ‘과연 여름에 시원해지는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분이 계시리라.

지난여름에 필자가 앉아 봤다. 정말 차가워진다. 온열·냉각 의자를 공급하는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펠티에 효과를 활용했다”고 확인해줬다. 이 효과는 다른 두 도체로 이루어진 회로에 직류를 흐르게 하면 한쪽 접합부는 가열되고 다른 쪽 접합부는 냉각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직류의 방향을 바꾸면 뜨거워졌던 접합부가 차가워지고, 가열됐던 접합부는 냉각된다. 온열·냉각 의자는 계절에 따라 직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작동한다.

온열 의자가 약 250만원, 온열·냉각 의자는 약 270만원이다. 비용편익 효과를 염두에 두고 전기료 등을 알아보다 그만뒀다. 지자체들이 조형물이나 시설에 예산을 허비하는 숱한 사례에 비하면, 이만큼 민생과 통하는 행정이 있으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