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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50만원, 6년 모시고 아파트 팔았다"…간병비 지원에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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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환자와 간병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수현 기자

2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환자와 간병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수현 기자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천모(67)씨는 지난달 남편을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남편은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이 필요한 데다, 최근에는 대장암 판정까지 받아 거동이 한층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월 250만원을 내는데, 이중 간병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1일 병원에서 만난 천씨는 “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지만, 간병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친정어머니를 6년간 요양병원에 모실 때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비용을 충당했는데, 남편 간병비는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들, "간병비 지원 바람직" #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 뒤따라야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 간병부담 경감방안’에 담긴 요양병원 간병 지원 계획을 환자 보호자들은 대체로 크게 반겼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중증 환자 중심의 요양병원 10곳에 대한 간병비 지원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간병비에 대한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천씨는 “요양원에는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데, 진짜 아픈 환자들이 가는 요양병원 간병비는 왜 보험 적용이 안 되는지 예전부터 의문이었다”며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병 급여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말기심부전으로 투석이 필요한 80대 아버지를 두 달간 요양병원에 모시다 이날 퇴원시키는 길이던 김모(52)씨도 “일대일도 아니고, 한 번에 세 명을 보는 간병인을 쓰는데도 월 120만원이 들었다”며 “웬만해선 병원에 더 모시고 싶지만, 간병비 부담 때문에 요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간병비 지원책에 현장은 ‘환영’…“대상 적다” 우려도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남수현 기자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남수현 기자

요양병원들도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대상 선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시범사업에서는 5단계 중증도 분류체계에 따른 1~2단계 환자(의료 최고도·고도)만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임선재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 요양병원장은 “의료 중도 환자들도 편마비가 있거나 활동이 어려워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들”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점차 지원 대상을 늘려나가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역할이 혼재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을 재정립하겠다는 정부 구상에도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강동철 경기 용인시 늘봄요양병원 진료원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불필요한 건보료 지출은 줄여야겠지만, 너무 비용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면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전달 체계 개편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한 요양병원 휴게실 풍경. 남수현 기자

21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한 요양병원 휴게실 풍경. 남수현 기자

간병인 수급 대책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것도 현장의 요구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에서 적정 간병인력 수급 방안으로 ▶요양보호사 등 기존 인력 활용 확대 ▶간병 분야 취업 가능 외국인 체류자격 범위 확대 검토 등을 언급했다. 한 경기권 요양병원 관계자는 “중국 교포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사람이 귀해졌고, 이는 간병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외국 인력을 적극 들여오는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보호사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한국인 요양보호사들이 사실상 24시간 근무하는 간병인으로 들어오려고 할지 의문이다. 기존 중국 교포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력을 데려와 교육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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