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한전 '발등의 불' 지속…가스료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뉴스1

2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뉴스1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동결된다.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의 '발등의 불'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21일 한전은 이러한 내용의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산정 내역을 공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해 4분기와 같은 1㎾h당 5원으로 유지하는 한편, 기준연료비 등 다른 항목은 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동결 수순을 밟게 됐다. 칼자루를 쥔 정부가 고물가 등에 따른 '국민 부담'을 이유로 숨 고르기에 나선 셈이다. 전기요금은 올해 1·2분기 올랐다가 3분기는 동결됐고, 4분기엔 산업용(대용량)만 ㎾h당 10.6원 인상된 바 있다.

겨울철 난방비와 직결된 가스요금도 당분간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다음 달 가스요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 난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요금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요금 동결 기조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12일 방송에 출연해 "에너지 요금을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이른바 '난방비 폭탄' 문제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면서 한전의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된 적자만 45조원가량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세 속에 올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이 전력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일 급한 건 한전채 발행 한도다.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이는 한전채의 발행 잔액은 이달 5일 기준 80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연간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내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의 5배)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이러면 새로 찍어내기는커녕 기존 한전채를 상환해야 할 수 있다.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전력대금 지급 등에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한전은 발전 자회사 6곳, 한전KDN에서 최대 3조2000억~3조3000억원 수준의 중간배당을 받는 걸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부상' 적자 폭이라도 줄여 한전채 한도를 늘릴 계획이지만, 배당액 의결을 앞둔 자회사 이사회 등에서 배임 논란 등이 불거지며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가스공사도 경영상 부담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MJ당 1.04원) 이후 가스요금 인상 소식이 잠잠해서다. 그러는 사이 도시가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미수금은 올 3분기까지 12조5202억원으로 늘었다. 올 겨울 추위로 가스 사용량이 늘면 미수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또한 가스공사의 회사채 발행 잔액도 9월 기준 29조4000억원에 달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한전이 중간배당을 받으면 그나마 내년 총선 즈음까지 버티겠지만, 요금 인상이 없으면 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도 도시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라 채권 발행까지 막힐 위기"라면서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억누르고 있지만 현실화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