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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 대통령' 친서에도…中, 아르헨과 통화 스와프 결국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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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선 선거 운동 당시 보조금 삭감 공약을 강조하며 전기톱을 들어 보이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대선 선거 운동 당시 보조금 삭감 공약을 강조하며 전기톱을 들어 보이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아르헨티나와 65억 달러(8조5000억원) 규모의 통화 교환(스와프) 협정을 중단했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국과 거래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접고, 취임 이틀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에 통화 스와프를 속히 실행해 달라는 친서까지 보냈지만 거절당한 셈이다. 외환보유고 바닥에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나 다름없는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신용 옵션를 잃게 됐다.

2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은 "중국이 아르헨티나와 65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상을 중단했다"며 "이 같은 입장은 밀레이 대통령이 중국과 협력할 의사를 분명히 밝힐 때까지 유효하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통화 스와프를 갱신해 왔다. 앞서 지난 6월 친중(親中)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또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65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추가로 맺었다. 당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50억 달러 추가 통화 스와프 요청에 중국은 이보다 많은 65억 달러를 제시했다"며 "중국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는 달라진 듯하다. 극우 자유주의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공산주의자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과 관계 단절 의사를 밝혀왔다. 올 8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의에선 내년부터 아르헨티나 등을 '브릭스 플러스'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는데, 밀레이 대통령은 중국의 입김이 센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르헨티나 한 국민이 지갑에서 1000페소 지폐를 꺼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한 국민이 지갑에서 1000페소 지폐를 꺼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취임 이후 밀레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취했다. 시 주석의 대통령 당선 축전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통화 스와프를 빨리 실행해달라는 친서도 보냈다. 필요하다면 시 주석과 직접 통화를 할 용의도 있다고까지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통화 스와프 협정 중단 배경에 아르헨티나의 미국 중고 전투기 구매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대선 전까지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신형 JF-17 전투기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결국 덴마크로부터 미국의 중고 F-16 전투기를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이 점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풀이다.

이와 관련, 외교연구단체 '중국-아르헨티나 전망대'의 파트리시오 구스토 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외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밀레이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양국 간 상호의존성을 대체할 자금을 당장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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