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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거래 않겠다"던 전기톱 대통령, 시진핑에 SOS 보낸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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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괴짜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53)가 취임 이틀 만에 중국과는 거래를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접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통화 교환(스와프)을 해달라는 친서를 직접 보냈다. '곳간'은 비었는데 갚을 돈은 많아서 'SOS'을 보낸 셈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100달러 지폐 표지판을 들고 만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100달러 지폐 표지판을 들고 만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라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50억 달러(6조600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빨리 실행해 주길 부탁하는 친서를 보냈다. 또 필요하다면 시 주석과 직접 통화를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아르헨티나는 친중(親中)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통화 교환과 송금은 아르헨티나 대선 이후로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당시 노골적인 반중(反中) 발언을 쏟아냈지만 당선 이후 태도를 바꿨다. 시 주석의 대통령 당선 축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화해 제스처를 보냈고, 시 주석의 특사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우웨이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양국의 경제·무역·인문 등 각 영역의 교류·협력을 심화·발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환전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민들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환전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밀레이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당장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 10억 달러(1조3200억원)를 오는 21일까지 갚아야 한다.

대기성 차관은 국가의 마이너스 통장 격으로, 회원국이 재정 개혁 프로그램 이행 등을 전제로 한도 내에서 IMF로부터 필요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난 2018년 중도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권 때 빌린 자금이다. 추가로 내년 1월에 19억 달러(2조5080억원)도 갚아야 한다.

밀레이 대통령의 통화 스와프 조기 실행 SOS에 중국 정부는 현재 공석인 주중아르헨티나 대사 임명을 속히 다시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밀레이 정권 출범과 동시에 주중 아르헨티나 대사는 사임했고, 현재 서기관급 초임 외교관이 대사 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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