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도전 빛나는 제주의 도약]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성지로 각광받는 ‘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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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랭이거점센터 등 18곳 운영
카페·숙박·공유오피스까지 갖춰
비용 지원과 인프라 확충에 나서

수도권 기업 소속 회사원들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워케이션 공간인 오피스제주 조천점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수도권 기업 소속 회사원들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워케이션 공간인 오피스제주 조천점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모니터 바라보다 피곤하면, 슬쩍 눈을 돌려 바다를 봐요. 힐링 참 쉽죠.” 제주도가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센터’(‘느긋하게 지긋이’란 뜻의 제주방언)다. 센터 3층에 마련된 공유오피스 ‘노마드존’은 2층 마을카페에서 당근주스나 커피 등 음료를 사 마시면,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3일 이곳에서 만난 이모(27·서울)씨는 “점심시간 짬을 내 마을을 걷다 보면 심지어 올레길을 찾은 느낌이 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제주가 왜 워케이션의 성지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질그랭이센터 건물은 원래 2008년 마을종합복지타운으로 지었다.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자 세화리를 중심으로 6개 마을 주민 477명이 5년 전 리모델링에 나섰다. 2020년 카페가 먼저 들어섰고, 2021년 9월 공유오피스, 숙박 공간(4층)을 갖춘 워케이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층에는 관리사무소 등 마을 시설이 남아 있다. 올해 말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요가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샤워 부스 등도 추가된다. 2층 카페 이름은 ‘477플러스’다. 초반부터 참여한 조합원 ‘477’명과 추가로 가입할 주민을 상징하는 ‘플러스’를 더했다. 현재 조합원은 494명으로 불어났다.

복지타운 변화는 제주관광공사가 스타트업 기업과 센터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한 게 도움이 됐다. 스타트업 기업은 워케이션을 희망하는 회사를 다시 마을에 연결해 준다.

마을 주민이자 센터를 총괄하는 양군모(35) PD(마을콘텐트기획자)는 “지난해 질그랭이 공유오피스 이용자가 550명이었는데 올해는 800여명이 넘게 이용했다”라며 “예약자 대부분이 회사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장려하는 수도권 소재 기업 근무자들이지만, 타지역 개별 근무자나 지역 프리랜서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또 그는 “정부 지원금 일부가 센터 리모델링하는데 들어간 만큼, 이를 환원해 줘야 한다는 주민 의견에 따라 공유오피스를 무료로 운용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공유오피스 이용 뒤 SNS 등에 좋은 후기를 올리면, 그 자체로 홍보가 돼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민에게도 이런 워케이션 공간은 활용가치가 높다. 지역에서 영상분야 일을 하는 강모(37·제주시)씨는 “제주에는 오션뷰의 일반 카페가 흔하지만,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협업자들이 모일 공간이 필요하면 따로 유료 세미나실도 이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 작업자들에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워케이션 활성화의 저변에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문화가 깔려 있다.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를 일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사무실 밖’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디지털 노마드 족(族)이 나타났다. 워케이션은 기업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는 추세다. 수요가 늘어난 이유다.

현재 제주에는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거점센터 등 워케이션 공유오피스 18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민간이, 나머지는 공공기관이 운영한다. 제주도는 워케이션 비용을 지원한다. 제주도는 워케이션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지방소멸대응기금 30억7000만원으로 최근 서귀포시 복합혁신센터 2층에 워케이션 오피스 시설을 만들었다. 기존 공간을 리모델링해 사무기기 등을 갖췄다. 이와 함께 제주시는 코리아극장으로 쓰였던 건물 일부를 장기 임차해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원도심 문화유적지와 전통시장 등을 연계한 체험행사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122억원을 투자하는 ‘글로벌 워케이션 조성과 주민 주도형 워케이션 산업 육성’의 민선 8기 공약과제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일부 마을은 체류인구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도 시도한다. 읍·면 지역 워케이션 공공 오피스 부지로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해안 도로변 공유지를 골랐다. 이곳에 2024년 말까지 지상 2층 규모 건물을 지어 거점오피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지난해 정부의 메타버스 노마드 시범사업과 관련해 27개 기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7점 만점에 6.3점을 기록했다. 응답자의 96%가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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