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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해 보낸 문동주 “내년엔 160㎞+α 기대하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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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한화 투수 문동주.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김성룡 기자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한화 투수 문동주.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했다. 김성룡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20)는 202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국 야구에 ‘시속 160㎞ 시대’를 열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에이스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땄다. 생애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최우수 신인선수(신인왕)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최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신인왕 때보다 아시안게임 때 더 축하 인사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때부터 지인들이 보내온 메시지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문동주는 올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4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회 말 1사 후 박찬호 타석에서 3구째에 시속 160.1㎞의 강속구를 던졌다.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국내 투수가 시속 160㎞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었다. 그는 “그냥 평소처럼 던졌는데 기록이 나왔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내 최고 구속을 경신할 때마다 한국 기록이 바뀌는 것 아닌가. 내년에는 진짜 컨디션이 좋다고 느껴지는 날, 마음먹고 더 빠른 스피드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문동주는 중학교 때까지 내야수였다. 수비가 잘 안 풀려서 고1 때 투수로 전향했다. 처음엔 공이 빠르지도 않았다. 그는 “투수로 나간 첫 연습경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 정도면 시속 130㎞는 넘었겠지’ 했는데 128㎞가 나와서 상처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1년 뒤인 고2 때 150㎞를 찍었다. 고3 때는 155㎞를 넘겼다. 키가 12㎝나 쑥쑥 자라면서 볼 스피드도 점점 빨라졌다. 문동주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구속이 빨라지는 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투수를 하는 게 점점 즐거워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프로 입단 두 번째 시즌 만에 160㎞의 장벽을 넘었다.

하이라이트는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었다. 문동주는 강적 대만과의 두 차례 대결에 모두 선발 등판해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그는 “예선 첫 경기(4이닝 2실점)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서 다음 대결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전이 다가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선수들끼리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불어넣은 덕분이다.

문동주는 “팀의 일원인 나도 그런 분위기 속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결승전은 꼭 이길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자신감의 결과는 6이닝 무실점 호투로 나타났다. 문동주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시즌이 끝난 뒤엔 이변 없이 신인왕으로 뽑혔다. 유효표 111표 중 85명(76.6%)의 지지를 얻어 2006년의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 출신 신인왕이 됐다. 그는 “시상식장에 부모님과 이모·이모부가 오셨다. 어릴 때부터 나를 지켜본 가족 앞에서 상을 받게 돼 의미가 더 컸다”며 “부모님이 지인들로부터 ‘아들이 언제 저렇게 잘 컸냐’ ‘문동주 부모라서 좋겠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실 때 나도 기분이 좋다”며 뿌듯해했다.

문동주는 현재 KBO리그 최고 인기 선수 중 한 명이다. 대전에선 일찌감치 ‘왕자’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해왔지만, 올해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화가 출시한 신인왕 기념상품은 예약판매 첫날에만 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총 판매액은 5억원에 달했다. 문동주가 ‘위아자 나눔 장터(중앙일보·JTBC 주최)’에 기부한 사인 유니폼은 자선 경매에서 130만원에 낙찰됐다. 그는 “(거리에서) 알아보시는 분이 많아졌다. 여전히 그런 일이 얼떨떨하다”며 “기분은 좋지만, 그만큼의 책임감도 따르는 것 같다. 앞으로 내가 더 모범을 보이고, 행동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많은 걸 이뤘으면 내년엔  더 원대한 포부를 품을 만도 한데, 그는 앞으로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크고 화려한 목표 대신 매년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룬 뒤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게 ‘문동주 스타일’이다. 그 리스트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올해 아쉽게 포기한 완봉승도 그 목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문동주는 “내년엔 로봇심판이 도입되는데 나는 여전히 ‘사람심판’이 더 익숙하다. 로봇심판이 도입되더라도 내 구위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 생년월일: 2003년 12월 23일
◦ 포지션: 투수(우투우타)
◦ 체격조건: 키 1m88㎝, 몸무게 97㎏
◦ 출신교: 광주화정초-무등중-진흥고
◦ 프로 입단: 2022년 한화 1차 지명
◦ 입단 계약금: 5억원
◦ 2023 연봉: 3300만원
◦ 2023 성적: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 탈삼진 95개
◦ 주요 경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 KBO 정규시즌 최우수 신인선수,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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